홍준표 경남지사 10일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도지사 퇴임식을 하며 경남도 직원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10일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경남도정은 이날부터 내년 6월 말까지 14개월20일 동안 행정부지사의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0일 오전 10시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도지사 퇴임식에서 “대란대치의 지혜를 통해, 이 거대한 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야 한다. 지혜와 용기, 위기에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달 남은 대선 기간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홍 지사는 퇴임사에서 <채근담>에 나오는 ‘오래 엎드렸던 새가 날 때는 높이 오른다’는 뜻의 문구 ‘복구자 비필고’(伏久者 飛必高)를 인용하며 “3년 동안 한번도 날지 않고 한번도 울지 않던 새가 일단 한번 날면 하늘 끝까지 이를 것이고, 일단 울면 반드시 세상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30일 동안 백두산 호랑이처럼 세상을 향해서 포효하겠다. 대붕처럼 날아오르겠다. 강력하고 새로운 우파 정권을 만들어서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세상에 증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제 어머니는 항상 일만 하고, 손해 보고, 자식들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였다. 제 어머니 같은 분이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 나라, 제 어머님 같은 분이 아이 키우면서 웃을 수 있고, 잘 살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홍 지사는 “여민동락하며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점은 참 아쉽지만, 지난 4년4개월을, 그리고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라며 경남도 직원들에게 큰절을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경남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야권 인사들이 10일 경남도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키고 떠나는 홍준표 지사를 비판하며, 소금을 뿌리고 바가지를 깨는 몸짓을 하고 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제공
하지만 같은 시각 경남도청 들머리에선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야권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소금을 뿌리고 바가지를 깨는 몸짓을 하며, 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키고 떠나는 홍 지사를 비판했다. 이들은 또 퇴임식을 마친 뒤 경남도청을 떠나는 홍 지사의 승용차에도 소금을 뿌리며 “홍준표 잘 가라”고 소리쳤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을 악용해 국민 기본권을 유린한 홍준표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가 다시는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지 못하도록 정계에서 영원히 퇴출시키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경남도당도 성명을 내어 “심야 막장드라마로 도정을 농락한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후보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정영훈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참정권을 침해당한 것과 관련해 이날 홍 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역시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허성무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성명을 내어 “홍준표는 경남의 적폐 제1호이다. 홍준표 같은 인물이 경남에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정권교체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경남지사(앞줄 가운데)가 10일 도지사 퇴임식을 마친 뒤 경남도청 현관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최상원 기자
앞서 홍 지사는 대선 입후보를 위한 공직 사퇴시한을 3분 남긴 지난 9일 밤 11시57분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도지사 사퇴서를 냈다. 이 때문에 도지사 보궐선거를 위해 홍 지사 사퇴 사실을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해야 하는 시한인 역시 9일 밤 12시까지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선관위에 이 사실을 통보하지 못했다. 결국 도지사 보궐선거는 무산됐고,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아 내년 6월 말까지 도정을 책임지게 됐다.
창원/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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