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 철제 부두 펜스너머로 세척 작업 중인 세월호가 보이고 있다. 목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기다리는 가족 품으로 꽃처럼, 별처럼 돌아와다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전남 목포신항. 모로 누운 세월호 위로 하루 내내 봄비가 떨어지고, 바람이 들이쳤다. 며칠 전 누군가 내붙인 기도문이 이날은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더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 기도를 따라 울타리에 매달린 노란 깃발 수만장이 함께 일어나 바람 속에 희망을 실어 보냈다. 노란 물결 넘어 세월호는 3년 묵은 진흙과 얼룩을 떼내는 등 선체 수색과 조사를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지난달 31일 목포신항에 도착한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길고도 지루한 2주일을 보냈다. 세월호 운반선을 따라 뱃길로 동행한 이들은 육상 거치 과정에서 행여 선체가 상할세라 조바심을 쳐야 했다. 어렵사리 뭍으로 올라온 선체가 휘어지고 뒤틀렸다는 통보에는 한달음에 부두로 달려나갔다. 추가 변형을 막기 위해 바다에서 40m 안에다 거치를 완료하자 그늘조차 없는 부두에서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을 지켰다.
지난달 22일 시험인양을 시작한 지 23일 만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하나같이 지쳐가고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타고,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인양 순간에는 금세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단원고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9)씨는 감기몸살이 도져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고, 아버지 조남성(54)씨는 타들어 가는 속을 달래느라 담배 피우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8)씨는 기다림에 지쳐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말라가고 있다. 아버지 허흥환(53)씨는 “보이지 않을 때보다 배가 눈앞에 있으니까 더 힘들다”고 한숨지었다. 가족들은 이날 오후 2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 류찬열 코리아쌀베지(선체정리업체) 대표 등을 만나 수색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날이 더워지고 녹이 심해지기 전에 수색을 서둘러 달라. 가능한 한 온전한 형태로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철재부두 외각 철조망에 노랑리본을 묶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부두 울타리 밖에선 4·16가족협의회 유가족 20여명이 3주기 행사에 쓸 노란 리본 5000여개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매일 오전 10~11시, 오후 3~4시 두 차례 선체를 돌아보고, 이외 시간에는 노란 리본을 만들며 아이들과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단원고생 정동수군의 아버지 정성욱(46)씨는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수습-조사-보존 과정을 지켜보겠다. ‘다시는 누구도 이런 억울한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아들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목포신항에는 하루 평균 3000여명의 추모객들이 다녀가고 있다. 이들은 미수습자 9명의 사진과 ‘엄마 나가고 싶어요’라는 글구를 보며 “아고, 짠해서(불쌍해서) 어쩐다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수진(48·전남 영암군 삼호읍 용당리)씨는 “와보니 텔레비전으로 볼 때하고 너무 다르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혀를 찼다.
목포지역 시민단체는 오는 15~16일 목포신항의 3주기 추모행사를 ‘기다림’에 초점을 맞춰 치르기로 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우리에겐 추모 자체가 고통일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목포신항에 분향소를 설치하려던 계획도 같은 이유로 미뤘다. 정태관(58)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실천회의 대표는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며, 함께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목포/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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