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국민위원회 출범식'이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 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고려인 4세 김율리아양이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현재 재외한인동포법으로는 동포 3세까지만 관련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한민국 어른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국제 비즈니스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고려인 동포 4세 김율랴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저는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는 엄마를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키르기스스탄으로, 또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다니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고려인이 저 혼자였던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 학교에서는 그 누구도 저에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저의 어린 시간은 그렇게 엄마를 따라 이 나라 저나라를 다녔던 기억만 있습니다.
2013년 어느날 갑자기 엄마를 따라 한국에 왔습니다. 말로만 듣던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의 첫 느낌은 깨끗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학교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저한테는 너무 무섭기만 하고, 비자가 끝나면 또 한국을 떠나야 할지 몰라서 학교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1년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 학교에 들어갔지만, 거기에서도 저는 외국인이었습니다. 한국어를 몰라 선생님들에게 야단만 맞는 수업시간은 견딜만했지만, 할아버지의 나라에서도 또다시 외국인이 된 외로움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저와 비슷한 고려인 친구들이 있기에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지내는 하루가 즐겁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너머’라는 고려인문화센터에서 한국어를 모르는 동생들을 가르치는 멘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어쩌면 지금이 제일 행복합니다.
그런데 요즘 또 친구들이 저에게 말합니다. 고려인 동포 4세는 (한국 나이로) 스무살이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어디로 가야할지, 왜 가야하는지 잘 모릅니다.
저는 할아버지 나라 한국에 바라는 것이 많습니다.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한국어로 한국말을 못해 어려워하는 고려인들을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더 이상 비자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습니다. 고려인 4세 김율랴가 드립니다.
※지난달 20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글로벌다문화센터에서 열린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국민위원회’ 출범식 때 김율랴양이 낭독한 편지글을 당사자 동의를 얻어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