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도란도란 살겠다는 꿈 이루지 못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믿고 자리 지키다 못 나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믿고 자리 지키다 못 나와
세월호 3층 선미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온전히 수습된 유골은 일반인 이영숙(당시 51)씨로 확인됐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5일 “유전자(DNA) 감식과 법치의학 감정을 통해 미수습자 9명 중 네 번째로 일반인 이영숙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유골은 지난달 22일 3층 선미 좌현 객실에서 머리부터 발까지 거의 온전한 상태로 수습됐다. 당시 이 유골은 옷을 입고 그 위에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발견됐다. 주머니에서는 이씨의 신분증이 나와 일찌감치 신원이 추정됐다. 수습본부는 지난 24일 대퇴골 1점의 유전자 분석과 치아·치열의 법치의학 감정을 맡겨 그 결과로 신원을 확인했다. 유전자 분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이 동시에 진행했고, 유골의 상태가 양호한 덕분에 예상보다 빠른 10일 만에 결과가 나왔다.
당시 주부이던 이씨는 ‘제주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사고를 당했다. 남편을 여읜 그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일하다 어렵게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해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인천에 남아 있던 아들 짐을 제주로 옮기던 중이었다. 이씨는 마침 화물차를 운전하는 지인이 “인천에서 빈 차로 제주로 돌아간다”며 저렴하게 짐을 옮겨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참이었다. 참사 당시 화물차 기사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믿고 자리를 지키다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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