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 주민 10명 중 2명은 사건의 영향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주연 교수는 세월호 참사 뒤인 2014년 5월부터 한 달 동안 진도 주민 2298명(남성 1144명, 여성 115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16%인 362명이 참사 이후 사건이 반복적으로 생각나고, 쉽게 놀라는 등 증세를 겪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5일 밝혔다. 성별로는 여성 201명 남성 161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다소 많았다. 특히 조사 대상에 포함된 주민 자원봉사자 756명 중 20%인 151명은 뚜렷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보였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일반 주민보다 훨씬 높았다.
이 교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큰 사건·사고를 당한 피해자에게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희생자 가족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도움을 주었던 상황만으로도 증상이 나타났다는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의 발생·수습 과정을 지켜봤던 진도 팽목항 등대
이런 결과를 정리한 논문 ‘세월호 참사 동안 주민 자원봉사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관련된 요인’(Factors associated with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symptoms among community volunteers during the Sewol ferry disaster in Korea)은 국제학술지 <통합정신의학>(Comprehensive Psychiatry) 최근호에 실리며 화제가 됐다. 이 교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재난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현장의 구조인력이나 자원봉사자한테도 발생할 수 있다. 재난에 노출된 다양한 이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심리지원단장을 맡았던 같은과 윤진상 교수는 “예고 없이 발생하는 재난사고의 광범위한 영향에 대비해 국가와 자치단체가 정신건강 지원인력과 서비스를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전쟁, 고문, 재난, 사고 등 심각한 상황을 경험한 뒤 그에 대한 공포와 고통을 반복적으로 느끼고 계속해서 재경험을 하게 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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