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불법주차에 사다리차 500m 돌아가…구조 ‘골든타임’ 놓쳤다

등록 2017-12-22 22:15수정 2017-12-22 22:39

사이렌에도 차량들 움직이기도
사다리 펼 공간 부족해 또 지체
그새 민간 사다리차는 3명 구조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복합스포츠시설인 ‘두손스포리움’ 화재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한 소방관이 바깥을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제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복합스포츠시설인 ‘두손스포리움’ 화재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한 소방관이 바깥을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제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1일 오후 3시53분 제천소방서에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 제천시 하소동 9층짜리 복합스포츠시설인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옛 두손스포리움)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였다.

제천시 모산동 소방서에서 화재 현장까지는 3㎞ 남짓 거리다. 소방서 앞 의림대로~용두대로 등 5~6차로 큰길을 지나 대형마트를 끼고 우회전하거나 의림대로~청전대로~하소로를 따라 좌회전하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지휘차와 펌프차 등 선발대는 4시께 출동했다. 7분 남짓 걸렸다.

하지만 사다리차는 덩치가 커서 접근하지 못했다. 대형마트 뒤, 상가와 주택가로 이어지는 골목길 곳곳에 차가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도로엔 2차로 두 쪽 모두 주차돼 있어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통행할 정도였다. 결국 사다리차는 500m 정도 우회로를 거쳐 현장에 도착했다.

사다리차가 가까스로 현장에 갔지만 이번엔 30여m까지 펼 수 있는 사다리를 제대로 펼 수 없었다. 사다리를 올리려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고정 다리(아우트리거)를 먼저 펴야 하는데 공간이 부족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사다리차는 8m 정도의 공간이 확보돼야 사다리를 전개할 수 있는데 주변에 주차된 차들 때문에 사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서 사다리차가 자리조차 못 잡는 사이 시민 이양섭씨가 가져온 민간 사다리차가 옥상에서 3명을 구조했다. 소방서 사다리차는 1명만 구조했다. 화재가 난 건물 주위의 불법 주차로 구조의 ‘골든타임’을 빼앗긴 셈이다.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22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인근 상가 CCTV에 당시 화재 발생순간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22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인근 상가 CCTV에 당시 화재 발생순간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밖에 나와 보니 사우나 골목에 주차한 차가 많아 소방차가 건물 가까이에 차를 대지 못했다. 구급차도 사이렌을 울리며 오는데 지나가던 차들이 천천히 화재 현장을 구경하듯 지나가서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날 참사에서 살아 나온 황아무개(35)씨는 “골목에 주차한 차 때문에 화재 진압이 빨리 안 됐다”며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법으로는 소방에 방해가 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소방도로에 주차한 차는 소방법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에 따라 지자체가 범칙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 소방기본법엔 소방활동방해죄가 유일하게 형법상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지만 이 경우 소방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때만 처벌할 수 있다.

제천/오윤주 신민정 기자, 남은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22살 조선소 잠수부 사망’ 현장엔 1~3개월차 신입뿐이었다 1.

‘22살 조선소 잠수부 사망’ 현장엔 1~3개월차 신입뿐이었다

‘아산 신정호수’ 충남 1호 지방정원 등록 2.

‘아산 신정호수’ 충남 1호 지방정원 등록

21년 만에 돌아온 교외선 열차…낭만 ‘OK’, 주민들은 “기대 이하” 3.

21년 만에 돌아온 교외선 열차…낭만 ‘OK’, 주민들은 “기대 이하”

나훈아 “왼쪽, 니는 잘했나”…전남지사 “양비론 말할 때냐” 4.

나훈아 “왼쪽, 니는 잘했나”…전남지사 “양비론 말할 때냐”

국힘 성남시 의원들, 의장 선거 이탈표 막으려 기표지 인증샷 5.

국힘 성남시 의원들, 의장 선거 이탈표 막으려 기표지 인증샷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