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충남 홍성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경찰이 깨진 유리창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한 시민이 안 지사의 성폭력 의혹에 분노해 야구방망이를 던져 관사 유리창을 깼다. 홍성/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30대 시민은 충남도지사 관사에 난입해 둔기를 휘두르다 붙잡혔고, 시민단체는 안 전 지사를 규탄하며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6일 아침 8시20분께 충남 홍성군 흥원로 15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ㄱ(36)씨가 둔기를 휘둘러 대형 유리창을 깬뒤 경찰에 붙잡혔다. ㄱ씨는 경찰에서 “안희정 지사가 직원을 성폭행 했다는 뉴스를 보고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ㄱ씨는 이날 새벽 경북지역의 집에서 차를 몰고 홍성까지 왔으며, 관사 경비원이 제지하자 담을 뛰어넘어 범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ㄱ씨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무개(52·충남 홍성·축산업)씨는 “도지사 선거에서 2차례 모두 안희정을 지지했다. 대선 주자로 꼽히던 안 지사가 부하 직원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니 기가 막힌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미투 운동이 정치권으로 확산해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물이 우리 사회를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충남성희롱대책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안희정 지사가 비교적 빠르게 사퇴했지만 권력을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짓은 용서할 수 없는 천인공로할 범죄”라며 “사법기관은 안 지사를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 협의회는 “피해자의 미투는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폭로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해석해 본질을 흐리거나 조직보위의 논리를 피해자에게 들이대 미투운동을 희석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언론도 피해사실을 선정적이고 규체적으로 묘사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해 2차 가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협의회는 부여군 여성농민회, 서산참교육학부모회, 아산풀뿌리여성연대, 천안여성회, 대전성폭력상담소,여성인권티움, 실천여성회, 사단법인 세종여성 등 새종·대전·충남 23개 여성인권단체로 꾸려졌다.
충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도지사라는 권력을 이용해 수행비서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 안된다”며 강력한 형사 처벌을 촉구했다. 김태신 노조위원장은 “노조에 성폭력예방 및 갑질문화추방센터를 개설하고 김지은씨가 폭로한 또다른 성폭행 피해에 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은 사과문을 내어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거듭 사과했다.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사건을 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고소와 상관없이 보도를 통해 안 전 지사의 범행 의혹이 전해진 만큼 내사에 착수했다. 김지은씨 변호인단이 검찰에 고소장을 내면 검찰과 협의해 수사로 전환할 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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