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로 대표적 ‘친문(문재인계)’ 인사인 박남춘(59) 의원이 확정되면서 ‘친박(박근혜계)’인 유정복 현 인천시장(60·자유한국당)과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박 의원과 유 시장은 제물포고 1년 선후배 사이로 행정고시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치적 행보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박 의원은 15~17일 실시한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경선에서 57.26%의 지지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하게 했다. 경선 상대인 김교흥 전 국회 사무총장과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은 26.31%, 16.43%를 얻는 데 그쳤다.
박 의원은 “인천에 남은 박근혜의 마지막 그림자를 걷어내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인천특별시대를 열라는 인천시민과 당원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통과 무능의 인천 ‘정복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인천특별시대로 인천특별시민께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인사수석을 지내며 문재인 대통령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박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친문과 친박 대결 구도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속내를 밝힌 셈이다.
이들의 대결은 고교 동문 사이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유 시장의 제물포고 1년 후배이면서 행정고시 합격도 한 기수 아래다.
민주당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유 시장의 출마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후보지지도는 물론, 정당 지지도에서도 크게 열세인 상황이어서 시장직을 내려놓고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현역 단체장의 활동도 제약이 많아 현직 프리미엄 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보등록 기간(5월24~25일) 이전인 5월 초순께 예비후보 등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직무권한이 정지된다. 유 시장 쪽 관계자는 “현재 시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시정에만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경쟁 후보가 누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밝혀 자신감을 내비쳤다.
바른미래당과 지지층이 겹치는 유 시장에겐 다자 구도도 부담이다. 정의당은 김응호 인천시당 위원장을 일찌감치 공천했고, 바른미래당은 ‘인재영입 1호’ 정대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과 이수봉 시당위원장을 놓고 경선 또는 단수 추천 여부를 이번 주 중 결정한다. 민주평화당도 시장 후보를 낼 방침이다. 50%에 달하는 민주당의 고공 지지도가 지속하면서 선거 막판 수도권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전략적 선거연대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두 정당은 공식적으로 ‘선거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가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는 바른미래당에,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후보는 자유한국당에 양보하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흘러나온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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