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으로 선거 비용을 마련하려는 선거펀드가 6·13 지방선거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시민에게 선거비용을 빌려쓰는 ‘선거펀드’가 인기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2010년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당시 ‘유시민 펀드’를 통해 선거비용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등 유명인들이 개설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지방의원 후보들이 선거펀드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거펀드는 선거가 끝난 뒤 약정일까지 원금에 이자를 더해 상환하는 공개차입 펀드로, 개인간 거래 성격을 띤다.
17일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기도 고양시에서 경기도의원 3선에 도전하는 김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일 선거비용 마련을 위해 ‘김달수펀드’를 개설한 지 하루만에 목표액인 3500만원을 초과 달성했다. ‘10만원 이상, 연리 3.5%, 선거뒤 60일 이내 상환’ 조건을 내걸었던 김 후보는 “지방의원 후보는 후원회를 둘 수 없고 은행 신용도도 낮아 개인간 차용 형식의 펀딩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 처음 출마한 신정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후보는 ‘청치펀딩’(청년정치펀딩)를 통해 선거자금 모금에 나선지 20일 만에 160명으로부터 4657만원을 확보했다. 신 후보는 14일 만에 목표액(5천만원)에 육박한 4400여만원이 모금되자 “시민 100명에게 1만원씩 기다린다”며 참여자 수 늘리기에 나섰다.
신 후보를 비롯한 전국의 청년 정치 지망생들은 지낸해 여름부터 돈이 없어 정치를 포기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청치펀딩’을 추진해왔다. 청치펀딩(http://www.youthfund.kr/)은 국회 사무처 산하 비영리 재단인 ‘와글’이 지원한 청년 캠프 프로그램에서 청년 정치인의 펀드를 돕기 위해 만든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등 다양한 정파의 청년 후보 10명이 이 펀드를 통해 선거자금을 모금하고 있다.
유력 후보들이 내놓은 선거펀드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내놓은 '박원순' 펀드는 모집 15분만에 목표액 14억원을 채웠다.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10시 선대위 누리집 '박취사, 박원순 취업 사무소'에서 시작한 펀드 모집이 15분만에 마감됐다고 이날 밝혔다.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OK 시민행복 펀드’도 12억원을 목표로 지난 15일 오전 9시에 출시해 16일 오전 10시40분께 목표액을 채우면서 하루 만에 마감했다.
반면, 득표력과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에게는 선거펀드가 ‘그림의 떡’이다. 고양시의원에 출마하는 정의당 신지현(27) 후보는 “현재까지 4명으로부터 318만원을 모금했다. 애초부터 모금액 보다는 지속가능한 정치를 위해 청년들이 함께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의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선거비용의 100%를, 득표율이 10~15%일 경우 절반을 보전받는다. 선관위 관계자는 “펀드 모금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자율이 금융기관 기준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을 경우 법 위반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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