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원/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19일 저녁 경기도 수원의 한 호텔에서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를 만났다. 그는 빨강과 파랑을 섞은 야구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아는 분이 만들어 주셨는데 오늘 첫선을 보인다. (경기도 한국당과 도의회 다수인 민주당의) ‘연정’(연합정치)을 상징한다.”
지난 9일 출마 선언 이후 남 후보는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가정사를 놓고 그와 10여차례나 난타전을 벌였다. 남 후보는 앞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네거티브 운동을 안 한 것을 자랑 삼던 후보였다. 이번에 태도가 바뀐 이유에 대해 그는 “이 후보의 가족 (욕설) 문제는 단지 가족의 문제가 아니고 거기에 담긴 후보자의 인격에 관한 것이다. (녹음파일을) 듣고 나도 충격을 받았다. 정상적이지 않다. (이 후보가) 지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게 녹음파일을 듣고서도 공천을 준 것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이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에 대해서는 “그게 누구냐에 따라 이 후보의 주장이 거짓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가정사에 대한 공격은 남 후보에게 역풍으로 불기도 했다. 남 후보도 아들의 마약 사건과 이혼 경력 등 아픈 가족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남 후보는 지난 13일 이 후보의 욕설을 비판한 기자회견에 대해서 “저라고 왜 고민이 없었겠나. 과연 나는 이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있나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들의 (마약)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버지로서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불찰이 크다. (아들은) 새롭게 거듭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혼에 대해서는 “부부간에 서로 극복하지 못한 게 있어 합의이혼했고 지금도 친구처럼 지낸다. 굳이 사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따뜻한 경제 도지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후보가 ‘나는 좋은 포퓰리스트다’라고 했다. 그건 정책과 철학에서 (나와) 좋은 차이다. 이걸로 도민의 판단을 받으려 한다”고 했다. 남 후보는 지사 재직 중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와 3대 무상 복지를 놓고 갈등을 일으켰다. 그 일에 대해서는 “철학적 차이 외에 이 후보가 나와의 갈등을 부각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재선 공약으로는 ‘문재인 정부와의 일자리 연정’과 ‘광역 서울도 통합’을 내놓았다. ‘연정’은 민선 6기 남 후보가 자랑하는 최대 업적이다. “문 대통령께 일자리 연정을 몇 차례 말씀드렸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는 경기도와 중앙정부가 연정할 때 큰 효과가 난다”고 밝혔다.
논란이 많은 ‘광역 서울도 통합’에 대해선 남 후보는 “성장과 삶의 질 두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통합해서 성장에 대해서는 도쿄도와 경쟁하자. 또 행정가와 정치인들이 (행정구역이라는) 금을 그어놓아 미세먼지 문제 등 삶의 질과 관련한 정책 갈등이 많다. 이것을 초광역적 리더십으로 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 4시 한 교회에서 예배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지난 지방선거 때는 제가 이기면서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지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때는 명함 드리면 찢었는데 지금은 그러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닥 민심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다고 본다. 최선을 다하면 우리가 이긴다.”
남경필 후보는 1998년 7월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33살 때로 운수업을 하던 선친 남평우 의원이 별세한 해였다. 이후 내리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의원 시절인 2014년 경기지사에 당선되는 등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한 정치인이다. 이런 유복한 배경 때문에 ‘금수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스스로도 “혜택을 많이 받아 태어나고 자랐다”고 인정한다. 다만 “그 혜택을 공유하고 싶다. 그게 내 정치철학이고 이제껏 권력 분산과 보수 개혁을 추진해온 이유”라고 말해왔다.
실제로 그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를 지내는 등 자유한국당의 ‘비주류’, ‘쇄신파’로 활동해왔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제일 먼저 새누리당을 탈당했으면서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에 다시 입당한 일은 비판받고 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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