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림(왼쪽)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와 원희룡(오른쪽) 무소속 제주지사 후보
제주지사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하고 있다.
제주도내 한 골프장 ‘명예회원’으로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사 후보가 한바탕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에는 원희룡 무소속 후보 쪽이 도내 최고급 리조트의 특별회원권을 갖고 있고, 배우자가 이를 이용해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막가파식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원 후보 부부가 최고급 리조트 특별회원권을 가졌다는 의혹 제기는 문 후보가 시작했다. 문 후보는 지난 25일 KCTV제주방송에서 열린 도지사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원 후보에게 “비오토피아 특별회원권 갖고 있나. 특별회원권을 받게 되면 최고급 온천 스파, 피트니스, 수영장, 레스토랑 무료 이용, 그리고 골프장 할인 혜택을 받는다. 특히 원 후보 배우자까지 이런 특혜를 받았다.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원 후보는 “전혀 그런 이용 사실이 없다. (배우자도) 확인해 보겠지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혹 제기를 피해갔다.
문 후보 쪽은 관련 자료도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비오토피아 주민회에서 특별회원을 위촉했다. 본 내용에 대해 대외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니 대외비로 해달라”고 나와 있고, 원 후보의 경우는 ‘배우자까지 동일하게 혜택 부여’라고 돼 있다.
원 후보 쪽은 즉각 반박과 공세를 이어갔다. 원 후보는 토론회 다음날인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오토피아 주민회장이 도청 집무실로 찾아와 면담 자리에서 특별회원을 제안했지만 면전에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원 후보는 “배우자 이름으로 식당을 예약한 일은 있다. 주로 육지부에서 국회의원, 명예도민 등 도지사 배우자로서 응대해야 하는 사람들로부터 비오토피아 식당 예약 부탁이 오는 경우다. 내외빈 응대는 도지사의 업무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배우자는 연락받은 내용을 비서실에 통보하고, 비서실은 식당의 팀장이나 지배인을 통해 예약 업무를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박아무개 전 주민회장도 원 후보 부부가 숙박이나 스파, 골프를 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 쪽은 지난 26일 문 후보 등을 제주도선관위에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증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맞서 문 후보 쪽은 비오토피아 관계자의 음성이라며 원 후보의 배우자를 비오토피아 식당에서 자주 봤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문 후보 쪽은 “원 후보의 변명은 꼼수다. 주민회장이 특별회원을 제안했지만 거절하자 (안내문을) 비서실에 두고 갔다는데 되돌려줬는지, 비서실에 보관했는지 밝혀야 한다. 배우자가 사적으로 도청 공무원인 비서실 직원을 시켜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이용하면 월권이자 갑질”이라고 공격했다.
앞서 원 후보는 지난 18일 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ㅌ골프장 명예회원이다. 도의장이 골프장 명예회원권을 받아서 그린피와 카트 사용료를 무료로 즐겼다”며 몰아붙여 한동안 선거쟁점으로 떠올랐고, 문 후보는 “잘못된 처신에 사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양쪽이 ‘특별회원’과 ‘명예회원’을 선거판 이슈로 내세워 상대 진영을 거칠게 비난하면서 제주지사 선거가 정책대결보다는 감정싸움으로 번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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