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중앙 논리가 자꾸 오버랩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중앙 논리가 개입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남도지사 선거는 경남 도정을 책임질 사람을 뽑는 것 아니겠습니까. 중앙당이나 홍준표 당 대표가 아니라 후보인 저 김태호 중심으로 치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유한국당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는 지난달 9일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거듭 이렇게 말했다. 지역 정가에선 전임 경남지사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홍 대표의 이 지역 선거 운동이 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일 홍 대표는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지역 6·13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해 집회를 하던 민중당 당원들을 보고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 성질 같으면 대번에 두들겨 패버리고 싶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샀다. 27일 “홍 대표의 ‘빨갱이 발언’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취지가 조금 왜곡된 부분도 있지만, 허허허”라며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김태호 후보는 이미 2004년 6월6일부터 2010년 6월30일까지 6년 동안 2차례 경남지사를 지냈으나, 8년 만에 다시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김 후보는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남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았다. 당이 후보를 구하지 못해 어려운 처지라는 것을 알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가 궤멸하는 수준까지 가있다. 자유한국당의 자업자득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균형과 견제라는 차원에서 경남만은 꼭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김 후보는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 강제 폐원, 학교급식비 지원 중단 등 홍준표 전 지사가 펼쳤던 주요 정책에 반대되는 공약을 내놨다. 김 후보는 “공공의료를 확대할 의지를 갖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과 치매노인 등에 대한 공공의료 확대를 추진하겠다. 기존 병원이 해오지 못한 분야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을 찾고 예방적 의료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무상급식은 복지가 아니라 교육 차원에서 새롭게 봐야 한다. 앞으로 고등학교까지 의무 교육을 해야 한다면, 교육적 차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쟁 상대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관련된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해 김 후보는 “드루킹 사건이 지방선거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진실을 밝히길 원하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을 ‘네거티브’라고 비판하는 것이 오히려 ‘네거티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경수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가 직접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특검을 하기로 했으니까, 특검에서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다만 김경수 후보가 많은 부분에서 말 바꾸기를 한 것은 사실이다. 최소한 국민과 도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죄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난 2차례 경남지사 시절에는 거창하게 비전을 세우고 끊임없이 달리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정교하고 세심해져야 하겠다는 각오를 한다. 소상공인, 영세 상인, 학부모 등 정책수혜 대상별로 세심하게, 조금이라도 와닿게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1962년 경남 거창군에서 태어난 김태호 후보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하고 농사를 지으려 했다. 하지만 “농사를 짓더라도 농약병에 적힌 영어가 무슨 뜻인지는 알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거창농고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김동영 의원의 집에서 하숙하며 정치 감각을 익혔고, 1992년 이강두 전 국회의원의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는 경남도 의원, 경남 거창군수, 경남도지사 2차례, 국회의원 2차례 등 6차례 공직 선거에서 모두 당선됐다. 하지만 2010년 8월에 국무총리에 내정됐다가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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