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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살길은 권력교체” 서병수 “투표 일주일 전 역전”

등록 2018-05-30 10:18수정 2018-05-31 15:41

[6·13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시장

① 오거돈 민주당 후보

“나는 선거에서 세 번 떨어진 사람
주민 귀한 줄 알고 소통할 줄 알아”
“박근혜 폐기 가덕 신공항 재추진
동북아 해양수도로 거듭 날 것”

승강기 문이 열리자 왁자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28일 찾은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문자 그대로 문전성시였다. 캠프에 마련된 원탁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길 나누는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기고 있는 팀의 여유가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민선 지방선거가 시작된 뒤 24년 동안 단 한번도 야당을 면치 못했던 민주당이지만 ‘이번에는 부산이 디비질(뒤집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캠프를 채우고 있었다.

오 후보 역시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변화가 확연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과거 보수적인 입장이었던 이들이 돌아서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인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서병수 후보의 시장 임기 4년동안 부산이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으며, 역사의 물결이 바뀌고 있다는 데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 추락하고 있다’는 근거로 지난해 부산 지역의 고용률이 17개 시도 중 꼴찌를 기록하고 실업률은 가장 높았던 점 등을 꼽았다. 이런 심판론에 힘입어 오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 후보를 크게 따돌리며 앞서고 있다.

다만 오 후보는 “저는 여론조사를 아예 보지 않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부산인 만큼 ‘방심은 금물’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오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여론조사에서 서 후보에 견줘 오차범위 이상 앞서며 ‘정권교체’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선거 당일 1.31%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부산의 정치권력 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그는 “24년 간 일당 독재에 의한 특정 계층이 지배해 온 정치권력을 교체하는 것만이 부산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당시 현직이던 안상영 전 시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게 되면서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오 후보(당시 부산시 행정부시장)는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처음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뒤 3전3패했다.

‘소통하는 시정’을 강조하는 그는 “서 후보가 ‘불통시정’으로 비판받는 것도 선거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장부터 국회의원, 시장까지 가면서 빨간 깃발만 꽂으면 되는 세월을 살았으니 주민보단 공천주는 사람만 쳐다보게 됐다”는 주장이다. 오 후보는 “나는 세 번이나 떨어진 사람이니 주민들이 얼마나 귀한지 알고, 주민과 소통할 줄 안다. 세 번의 선거를 통해 축적해온 부산 발전의 비전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약속하는 부산 발전의 비전의 한가운데에 ‘가덕 신공항’이 있다.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사이에 치열한 논란이 이어진 끝에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신공항 공약을 폐기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오 후보가 가덕 신공항 추진 의사를 밝히자 상대 후보들은 해묵은 공방을 다시 들고 나와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서병수 후보는 과거 가덕 신공항이 되지 않으면 시장직을 걸겠다고까지 했었다”며 “부산 발전이라는 대의를 진지하게 의논해 달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김해신공항은 주민들의 소음 피해와 안전 문제 등으로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김해신공항을 결정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전형적 적폐인 만큼 반드시 고쳐서 사회적 비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4시간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만큼 부산시장에 당선되면 정부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건의하겠다는 게 오 후보의 계획이다.

참여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오 후보는 아울러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덕분에 동북아 해양수도라는 약속이 실감나는 시대가 곧 올 것 같다”고 낙관했다. 오 후보는 “남북을 종단하는 철도가 열리면 부산은 대륙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되고, 극동러시아의 가스관이 내려올 때는 종점이 된다”며 “가덕 신공항을 반드시 유치해 부산을 트라이포트(항만·철도·공항)로 국제 물류 거점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②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

“투표 일주일 전에 역전해 큰 표차로 이길 것”
“재선되면 소통 노력하겠지만 소신 지킬 것”
“남북정상회담으로 경제 문제 실종 안타깝다”

지난 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아이온시티 19층의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 사무실은 지지자들의 계속된 방문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단체로 방문한 지지자들이 후보의 승리를 다짐하는 “화이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추격하는 후보 진영의 결기가 느껴졌다. 방문자들을 만나던 서 후보를 붙들어 후보자 대기실에서 인터뷰했다.

최근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서 후보의 지지도는 오거돈 민주당 후보보다 20%포인트 이상 뒤졌다. 서 후보는 “여론조사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인구가 많은 영남·보수층이 언제나 선거에서 유리함을 지적한 말이어서 격세지감이 들었다.

서 후보는 “일부 언론사들이 계속 같은 패턴의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이길 사람을 밀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미지를 심으려고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여론조사가 여당과 일부 언론사의 교감 속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근거를 묻자 “실제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보면 민심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물론 서 후보도 현재 여건이 4년 전보다 불리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영향이 있어서 힘들게 싸우고 있다”면서도 “투표일 일주일 전에 역전할 것이다. 4년 전보다 더 큰 표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 후보는 지난 4년 부산시장 재임 기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 인정하지만 억울한 면이 있다. 일부 사안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횡령·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복귀했다. 이런 경우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느냐. 재선되면 더 소통에 노력하겠지만 원칙과 소신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가덕도 신공항 유치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오거돈 후보의 비판에 대해선 “가덕도에 신공항을 만들지 못한 것은 분명히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대구·경북과 힘든 싸움을 벌여 경남 밀양으로 갈 수도 있었던 신공항을 김해로 끌어왔다”고 해명했다.

최근 서 후보는 오 후보를 공격하는 성명과 보도자료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정책 대결보다 네거티브 선거 운동을 선택한 것이냐고 묻자 서 후보는 “나는 정책 선거를 주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오 후보가 나를 범죄자 소굴의 수장이라고 해서 고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한 때 소원했다. 심지어 한국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그는 “홍 대표와는 요즘 관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홍 대표에게 일부러 지원 유세를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서 후보의 주요 공약은 경제살리기다. 첫번째 공약도 ‘일자리 중심 도시’다. 2030년까지 부산시민의 소득을 5만 달러로 올리고 글로벌 30위권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경제 측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경계했다. “경제가 어려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으로 경제문제가 묻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 후보는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나 부산 영도에서 자랐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뒤 버스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돕다가 2000년 정치에 입문했다. 그해 해운대구청장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뒤 4차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4년엔 부산시장에 도전해 승리했다. 지난 6차례 선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온 서 후보에게는 친박계(친박근혜계)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박 전 대통령이 대학 1년 선배이기도 하고, 그가 평소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스타일을 존경한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 당 사무총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세간의 말에 그는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부른 것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고 완곡하게 부인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6·13 지방선거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 말고도 3명의 후보가 더 출마했다. 이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 구도로 20년 동안 부산이 쇠락했다며, 지방 정부를 교체해 부산을 새로 만들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③ 바른미래당 이성권 후보

바른미래당의 이성권(49) 후보는 지난 4월 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시민사회비서관을 역임했다. 이 후보는 공공산후조리원 권역별 설치, 공공 치매병원 유치, 청년지원 확대 등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실력도 없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세력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부산의 미래를 위해서는 젊고 능력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낙동강의 기적을 일궈 부산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④정의당 박주미 후보

정의당에서는 ‘내 삶을 바꾸는 첫번째 시장-노동이 당당한 부산, 숨통 트이는 부산’을 표어로 내세운 박주미(59) 후보가 나섰다. 박 후보는 방직공장 노동자로 살다가 40대에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통신대를 졸업한 뒤 노동·복지 운동에 힘써왔다. 박 후보는 “노동은 인권의 기본이며 복지의 토대다. 노동이 강해야 복지도 강하다. 부산의 인재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부산의 미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이 부산 정치를 낡은 대립 구도가 아니라 생산적인 구도로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노동 부시장제 도입, 여성이 안전한 도시 구축, 청년 사회상속제 실시 등을 약속했다.

⑤무소속 이종혁 후보

무소속의 이종혁(61) 후보도 뛰고 있다. 이 후보는 18대 국회의원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을 지냈으나, 이번에 당내 시장 후보 경선이 무산되자 탈당하고 출마했다. 이 후보는 “기존의 부산 리더십을 부수고 교체해 부산의 미래 청사진을 완전히 새롭게 그려야 한다. 역동적으로 밀어붙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고, 부산발 산업혁명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 조성 등을 공약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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