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원 선거(달서구 제1선거구)에 출마한 신창섭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3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신창섭 후보 제공
혼자 벌어 아이 5명을 키우는 39살 아빠가 6·13 지방선거에 나왔다. 대구시의원 선거(달서구 제1선거구)에 출마한 신창섭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그에게는 딸 3명과 아들 2명이 있다. 맏딸은 벌써 고등학교 2학년, 막내아들은 지난해 7월 태어났다. 아내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일을 하지 못한다. ‘흙수저’에 ‘외벌이’ 아빠인 그가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며 신고한 재산은 6613만원이 전부다.
“저에게는 여동생 한 명밖에 없었어요. 부모님 돌아가시니 의지할 형제가 없어 허전하더라고요.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텅 빈 집에 혼자 있는 게 싫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돈은 없으니 형제·자매라도 많이 물려주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벌써 5명이 됐더라고요. 그런데 5명을 키워보니 힘들긴 힘들더라고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신 후보는 원래 직업군인이었다. 20살에 하사로 입대했다. 특전사에서 군 생활을 하다가 2003년 이라크 파병을 다녀왔다. 이라크에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본 그는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생각을 갖게 됐다. 23살에 동갑내기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31살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몸이 아파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돈이 없어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분한 마음이 들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는 그해 중사로 전역했다.
서점에는 소자본으로 창업해 성공할 수 있다는 책이 넘쳐났다. 이명박 정부 때였다. 그는 창업하기로 했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장사를 시작했다. 현실은 달랐다. ‘많은 돈이 많은 돈을 번다’는 걸 깨달았다. 창업의 꿈은 일 년도 안돼 사라졌다. 서점에 그렇게 많던 창업 신화 책들도 함께 사라졌다. 31살, 그에게 창업 신화는 장밋빛 허상이었다.
장사를 그만두고 달력 만드는 공장에 들어갔다. 열심히 일했지만 아이 5명을 키우기는 빠듯했다. 노동자가 월급을 받아 잘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장을 그만두고 2012년 사회적기업·협동조합을 만들 준비를 했다. 협동조합 일을 하며 먹고도 살고 세상도 바꾸고 싶었다. 그는 ‘경쟁보다 협동하는 사회’를 꿈꿨다. 2013년 ‘꿈 이룸 교육문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공부도 해야 할 것 같아 대구가톨릭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5남매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협동조합을 하며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운영위원과 대구사회혁신민간협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정치에 뛰어들어 세상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막상 출마하니 돈이 없었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면 이자를 붙여 돌려주겠다”며 ‘정치인 신창섭 공동구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424만원이 모였다. 아이 5명을 키워서 그럴까. 그에게는 아이와 워킹맘을 위한 공약이 많다.
“대구시의원이 되면 워킹맘을 위해 에어비앤비와 우버택시처럼 공유 플랫폼을 활용한 아이 돌봄 제도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동네에서 여유가 되는 주민이 이웃 아이를 돌봐주는 거죠. 사회적기업·마을기업을 통해 마을공동체 일자리도 만들 거에요. 그러면 아마 경력 단절 여성들이 일 할 수 있는 곳도 동네에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공약에 그의 삶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화보] 6·13지방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