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 선거에 나선 박성효 자유한국당 후보(오른쪽)가 도시철도 2호선을 저심도지하철(DTX)로 건설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재 한국개발연구원이 진행하는 타당성 재조사 결과에 따라 보완 여부 등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허태정·박성효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대전시민은 도시철도 2호선 이야기가 달갑지 않다. 2001년 시작된 논의가 17년째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같이 논의한 1호선은 2006년 개통됐는데 2호선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운송수단이 바뀌고 있다.
2호선은 애초 고가 경전철로 제안됐으나 2006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0.73로 낮아 보류됐다. 2012년에도 경제성은 0.91은 기준(1)에 못 미쳤으나 종합분석(AHP) 평점이 0.508로 기준(0.5)을 넘어서 겨우 예타를 통과했다. 이듬해 염홍철 시장은 민관정위원회를 거쳐 자기부상열차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14년 지방선거에서 권선택 후보가 당선되자 2호선은 트램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2016년 대전시는 국토교통부에 2호선 기본계획 변경안을 승인 신청했다. 2호선은 현재 타당성 재조사를 받고 있다.
■ 박 후보, 이번엔 저심도 지하철 공약 2호선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박성효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되면 즉시 2호선을 저심도 지하철(DTX)로 건설하겠다”고 공약한 데 따른 것이다. 박 후보는 “2호선은 시장이 바뀌면 노선과 공법이 바뀌어 민-관, 민-민 갈등을 야기하고 행정·재정적 낭비가 심각하다”며 “2호선을 경전철과 트램의 장점을 융합한 저심도 지하철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의 공약은 저심도 지하뿐 아니라, 구간에 따라 지상과 고가를 달린다. 전체 구간 가운데 지하(가수원교~과학공원 네거리)가 19.5㎞로 가장 길고, 고가(과학공원 네거리~가수원교)가 14.0㎞, 지상(서대전나들목 인근 차량기지 인입선)이 1.1㎞로 돼 있다. 박 후보는 기존 2호선에 대덕테크노밸리 지선(대덕 중리동~전민동~테크노밸리~신탄진)도 추가했다.
박 후보 선거사무소는 “2호선을 저심도 지하철로 건설하면 평균 속도는 시속 38.0㎞로 트램의 시속 26㎞보다 빠르다. 사업비는 1조1961억원으로 트램(5933억원)보다 증가하지만, 애초의 자기부상열차(1조3617억원)보다 적다”라며 “지하철 방식의 2호선은 기존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만큼 타당성 재조사 없이 즉각 추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2호선을 제외했다. 대신 정부가 진행하는 2호선 타당성 재조사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허 후보는 “2호선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계획이 변경됐다. 재조사를 통과하면 예산 범위에서 시민 의견을 반영해 보완·개선하고, 통과하지 못하면 시민이 원하는 사업으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충희 바른미래당 후보와 김윤기 정의당 후보는 모두 간선급행버스체계(Bus Rapid Transit)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남 후보는 “지하철이나 트램은 정치적인 합의일뿐 공론화하고 시민이 합의하는 과정이 충분치 않았다. 먼저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시행한 뒤 필요에 따라 지하철이나 트램 등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기 후보도 “2호선은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규모 사업인만큼 철저한 검증 필요 시민단체와 대중교통 전문가들은 2호선 건설 계획이 대전시의 2030년 대중교통 정책 목표인 ‘5분만 걸어가면 역(정류장)’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자기부상열차는 1단계 28.6㎞ 구간에 정류장 22곳, 트램은 32.4㎞에 정류장 32곳, DTX도 1단계 28.6㎞에 정류장 25곳으로 모두 정류장 간 평균거리가 1㎞를 넘기 때문이다. 이들은 2호선이 정류장 간 거리를 줄이지 못하면 어떤 교통수단으로 건설돼도 시민이 걸어서 이용할 수 없는 대중교통 사막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트램으로 추진하려면 노선을 새로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2호선은 자기부상열차 노선에 교통수단만 트램으로 바꾼 기형적인 사업이다. 트램은 확장성이 우수하므로 장기 도시계획에 맞춰 지선 계획까지 포함하는 새 계획을 세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트램 건설 비용을 너무 적게 잡은 것도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소장은 “이런 대규모 사업을 저비용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추진했다가 가혹한 대가를 치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국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16개 트램노선의 ㎞당 건설비가 평균 279억9천만원인데 대전은 168억4천만원으로 밝혔다. 예타를 통과하려고 일부러 사업비를 낮췄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안전 문제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은 “속도가 빠르면 사고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 유럽의 트램이 왜 시속 18~20㎞인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트램은 도심의 단거리 노선에 적합하며, 장거리 노선은 철도나 지하철, 비아르티(BRT)가 더 적합하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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