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지검 정문 앞에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인천·부천 비하 발언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제공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의 ‘인천·부천 비하 발언’에 대한 지역사회의 분노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정 의원은 한국당 대변인 자격으로 지난 7일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천·부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 의원은 “지방에서 생활이 어려워서 올 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서울로 온다. 그렇지만 그런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지방을 떠나야 할 사람들은 인천으로 온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데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최근 4년간 유정복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 실업률·가계부채·자살률 등 각종 지표가 좋지 않았다는 민주당 대변인의 발언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이런 막말을 쏟아냈다. 이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인천·부천 지역사회에서 큰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9일 인천시민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정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인천지검에 제출했다. 이들은 고발장을 접수하기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2010~2013년까지 인천시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정 의원이 인천시민을 ‘루저(Loser·실패한 사람) 시민’으로 분석·인식하고 있다. 공당의 원내대변인이자 6·13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대변인을 그에게 맡긴 한국당의 막장 정치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또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를 비롯해 인천·부천지역 한국당 소속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 후보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편협하고 서울 중심주의의 왜곡된 인식을 가진 자격 미달의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냐. 정 의원은 당장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유정복 후보도 함께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10일부터 유 후보에 대한 사퇴운동 전개도 요구했다.
정치권도 한국당을 규탄하며 총공세를 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부천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 모여 한국당과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규탄 성명을 냈다. 정의당 인천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이날 인천시청 앞에서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명예훼손 혐의로 정 의원을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이처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정 의원 징계 논의를 위해 윤리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도 “인천에 대한 이해와 사랑도 없이 함부로 발언한 정태옥 의원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며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