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교육감을 가르는 ’고교 서열화’ 문제가 제주에서는 ‘연합고사 폐지-부활’이라는 주제로 쟁점화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합고사 제도가 남아있는 제주는 내년부터 제주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고입 선발고사(연합고사) 폐지를 앞두고 있다.
이석문 후보(현 교육감)는 “아이들을 객관식 문제풀이 기계로 만들 순 없다. 전국적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연합고사를 보는 곳은 없다. 연합고사 제도를 폐지하지 않으면 제주교육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며 연합고사 폐지 정책 추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맞선 김광수 후보는 ”이 후보의 내신 100% 고입제도는 독선과 불통의 대표적인 사례다. 연합고사 폐지는 이미 실패했던 제도다. 현행 내신 100%의 고입제도는 선택의 기회와 대안 없이 아이들에게 원하는 학교 진학을 포기하게 하고 있다. 1, 2학년 때 공부를 소홀히 하다가 3학년 가서 노력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모자란다. 연합고사 폐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비판했다.
제주지역에서는 지난 2000년에 연합고사를 폐지했다가 학교 내 학생 간 경쟁 심화 등의 부작용으로 2002년 부활시킨 바 있다. 올해 중3생들은 선발고사 없이 ‘내신 100% 전형’으로만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내신성적은 교과성적 80%와 비교과 성적 20%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교과 성적은 1학년 10%, 2학년 30%, 3학년 60%를 반영한다.
토론과 발표 중심 교육과정으로 알려진 아이비(IB·국제공통교육과정) 프로그램 도입에 대해서도 두 후보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이 후보는 “국제학교 수준의 공교육 강화를 위해 브랭섬홀이나 엔엘시에스(제주 국제학교) 같은 국제학교에서 도입한 아이비 프로그램을 초등교육부터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는 “대한민국 교육과정 전체가 아이비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데, 평가방식만 강조하는 이 후보의 홍보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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