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3일 저녁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수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경북 안동에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가난 때문에 13살부터 학교 대신 공장을 전전해야 했던 ‘소년 노동자’ 출신의 이재명(54)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이 당선자는 13일 저녁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59.3%를 얻어 33.6%를 얻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를 25.7%포인트의 큰 표차로 눌렀다. 밤 10시50분 현재 이 후보는 55.2%(개표율 28.92%)를 얻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6년 만에 경기도지사직을 탈환했다. 이 당선자는 “공정과 평등의 세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우리는 확인했고, 마타도어, 흑색선전에 의존하는 낡은 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정치를 열라는 촛불의 명령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6년 구태 기득권의 도정을 끝내고 민주당과 이재명을 선택해주신 도민 여러분의 뜻, 무겁게 받들겠다. 앞으로도 기득권 세력에 굴복하지 않고, 공정한 세상,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자부심 넘치는 경기, 전국 최고의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3일 저녁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한 어린이로부터 당선축하 케이크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번 선거에서 최대 관심 지역 중 한곳이었다. 남 후보와 이 당선자는 모두 ‘대선 잠룡’이다. 자유한국당은 경기도 수성을 외치며 총력전에 나섰고 재선에 도전한 남 후보는 5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도지사 선거에서 내리 당선될 정도의 ‘승부사’였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얻은 높은 대중적 지지와 문재인 정부의 고공지지율로 초반에 순항하는 듯했던 이 당선자는 선거 중·후반에 안팎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당내 경선 중 나온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민주당의 전폭적 지원도 받지 못했다. ‘형수 욕설 파일 파문’과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한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당선자는 지난 12일 마지막 유세에서 “외로웠다”고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내겐 좋은 배경도 학벌도 지연도 정치적 후광도 없다. 오로지 이 몸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불공평한 구조와 불평등한 세계에서 나의 굽은 팔로 굽은 세상을 펴는 게 제 꿈이었고 그런 나를 믿고 지지해준 시민만을 보고 나는 포기하지도 굴복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흙수저’에 장애인이다. 10대 시절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에 왼쪽 팔뚝이 찍혀 장애인 6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공부만이 살길’이라며 검정고시를 보고 중앙대 법대를 거쳐 인권변호사로 나선 그는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으로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해 8년 동안 성남시장을 지냈다.
성남시장 취임 때는 ‘성남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세간의 시선을 끌었고, 재임 중 빚을 다 갚아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시민복지를 위해선 건강한 적자는 감수해도 된다’고 강조해온 이 당선자는 공공개발을 해 얻은 이익금과 허리띠를 졸라매 만든 시 재정으로 청년배당, 무상교복과 무상 산후조리 지원 등 이른바 ‘이재명표 3대 무상복지’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과 박근혜 정권의 사찰 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정치인은 주권자인 시민의 머슴이다. 주권자의 명령에 따라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를 부양해(억강부약)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게 국가와 지방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 퍼스트’를 공약한 그는 촛불 정신을 살려 도민참여 직접민주주의의 확대와 ‘성남 3대 무상복지’의 경기도 확대, 기본소득 시범 실시, 지역화폐 유통으로 골목경제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 당선자가 취임한 뒤에는 경기도정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이 당선자는 ‘변방의 정치인’ 또는 ‘아웃사이더’라는 꼬리표를 떼고 차기 대선 후보로 도약할 고지를 선점했다. 하지만 ‘여배우 스캔들’ 의혹에 대한 후유증과 ‘혜경궁 김씨’ 관련 수사도 남아 있어 적잖은 후유증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자는 “열심히 일해서 앞으로 4년 뒤 ‘딴생각 말고 경기도 한번 더 맡아 일하라’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