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옥희 울산시교육감 당선자. 울산시 교육감직 인수위원회 제공
6·13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14명이 당선됐다. 울산은 14곳 가운데 보수에서 진보 교육감으로 바뀐 유일한 곳이다. 노옥희(60) 울산시교육감 당선자는 1997년 광역시 승격 이후 20여년 동안 줄곧 보수 교육감이 장악해온 울산 교육행정에 처음으로 진보 깃발을 꽂은 여성 교육감이다.
노 당선자는 25일 “취임 뒤 하게 될 첫 결재는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가 징계를 받은 교사 615명의 징계 철회”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잘못됐다고 규정한 대표적 정책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한 이유로 징계를 당한 교사들의 잘못된 징계부터 바로잡는 일로 교육감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노 당선자는 선거기간 ‘성역없는 부패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동안 울산에선 초대와 4대 교육감이 부정선거나 비리사건으로 중도에 하차하고, 직전 김복만 교육감마저 학교시설공사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올 1월 사퇴하면서, 교육행정 청렴성 강화와 부패비리 척결이 교육감 선거의 최고 관심사였다.
노 당선자는 “저부터 부패비리로 기소된다면 스스로 교육감 직무를 정지하고,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즉시 교육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육행정의 청렴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입안이나 공사발주 단계에서부터 정보공개를 통해 행정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는 인사문제와 관련해 “시스템에 의한 예측 가능한 인사”를 약속했다. 그는 “원칙 없는 인사 때문에 무너진 교육행정 신뢰를 회복하고, 고인 곳이나 막힌 곳 또는 소외된 곳 없이 원활하게 인사 순환이 이뤄지게 하겠다. 교육지원청 교육장과 교육청 교육국장 같은 중요한 직책 인사는 공모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감직 인수와 공약 이행 과정에 “학생·학부모·교직원·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교육행정”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학원교습시간 규제나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도 학부모·학생은 물론 학원 또는 학교 관계자들 모두 토론과 공론의 장에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 소통과 관련해 그는 취임 전 인수위 활동에서부터 교육청 누리집에 ‘오키 교육감 당선인에게 바란다’라는 코너를 마련하고 울산교육 변화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다음달 2일 오후 2시 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취임식에 학생·학부모·교직원·시민 등의 자유로운 참여 신청도 받고 있다.
그는 선거기간 공약한 고교 무상급식을 올 2학기부터 시행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취임하고 새로 당선된 시장, 구청장·군수들과 예산분담 협의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또 “학교 현장 교사가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잡무나 전시성 행정을 없애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학교 위에 군림하지 않고 학교와 교실 수업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게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노 당선자는 1958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 데레사여고와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79년 6월 울산 현대공고에서 첫 교편을 잡았다. 현대공고 재직 때 한 학생이 취업 중 산재 사고를 겪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던 상황을 지켜보며, 그가 가르치는 많은 제자가 졸업한 뒤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86년 10월 ‘교육 민주화 선언’에 참여해 해직되기도 했다. 2002년 학교운영위원들이 뽑는 울산시교육위원에 당선되고, 2005년 교육감에 첫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울산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이번에 교육감의 꿈을 이뤘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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