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신유용(왼쪽)씨가 자신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와 함께 4일 오전 군산지원 앞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울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어요. 가해자가 들어오자마자 떨리고 무섭고 청심환을 먹어야 할 정도로 힘이 빠졌어요. 어쩌면 저렇게 당당할 수 있나? 참회하는 자백을 기대했는데 당당한 모습에 괘씸했어요. 변호사님이 보석을 허가해주면 안 된다고 판사님께 말할 때 공감을 했기에 눈물이 났어요.”
4일 오전 10시30분께 전주지법 군산지원 앞 벤치.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24)씨가 자신을 유린한 코치가 법정에서 한 진술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던 심정을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제자인 신씨를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전 유도코치 ㄱ(35)씨의 첫 번째 공판이 201호 법정에서 열렸다.
신씨는 이날 새벽같이 일어나 이은의 변호사와 함께 오전 7시40분 케이티엑스를 탔다. 익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법원까지 왔다. 법정에서 대기하는 동안 이 변호사가 신씨의 어깨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해 주었다. 하지만 법정 개시 뒤 일말의 기대는 삽시간에 무너졌다.
가해자 ㄱ씨는 혐의 일부만 인정했다. 강제추행은 인정하지만, 성폭행 부분은 입맞춤 이후 서로 가까워져 스킨십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성관계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힘으로 억압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ㄱ씨는 재판을 앞두고 지난 3일 보석을 신청했다. ㄱ씨는 “아이 3명이 엄마랑 떨어져서 아빠가 필요한 상황이다. 몸이 좋지 않은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힘들어 제가 나가서 돈도 벌고 아이를 부양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재판·수사를 열심히 받겠으니 보석을 해가 해 달라”고 요청했다. ㄱ씨 변호인도 “피고인이 상습범이 아니고, 주거가 일정하며, 이미 제출한 핸드폰을 포렌식 해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며 정상 참작을 재판부에 주문했다. 검찰은 보석 기각 의견을 냈다.
이 변호사는 “강제추행만 인정하고 그다음 서로 연인관계로 발전한 뒤 좋은 감정에서 성관계했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 혹시라도 지난달 구속된 이후 심경 변화를 기대했으나 여전히 뻔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가해자가 혹시라도 자백하면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한 증인신문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피의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법정에서 기본적으로 2시간, 많게는 5~6시간을 피해 상황을 진술해야 한다. 그 자체가 고통”이라고 설명했다. 신씨는 검찰에서도 3차례에 걸쳐 9~12시간씩 조사받았다. 이 변호사는 “가해자가 어려운 집안 사정을 얘기하는데, 피해자인 신씨도 형편이 어려웠고 힘들다. 상대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4일 오전 전주지법 군산지원 201호 법정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전 유도코치 ㄱ씨의 공판이 열렸다. 박임근 기자
신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다리가 아프는 등 몸이 좋지 않아 고통받고 있다. 병원에서는 “이 나이에 류마치스 증상은 이례적이다. 자가면역 질환 가족력이 없는데도 이런 증상은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 스트레스로 인한 류마치스로 보인다”고 했다고 전했다. 약물치료를 받는 신씨는 “내 사건이 공론화한 이후 많은 분이 응원을 해주셔서 상태가 한결 나아졌는데 오늘 또다시 우울해진다”고 했다. 신씨는 가해자의 정당한 처벌을 바라며 마음을 다시 다졌다.
“저는 앞으로 열리는 재판에 모두 참석할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악몽을) 다시 떠올려서 있는 사실을 제대로 말할 것입니다. 검찰 조사 때도 힘들었지만 각오하고 있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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