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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우익 방앗간 쓴다고, “국군 환영” 외쳤다고…좌익도 우익 집단학살

등록 2020-06-23 05:00수정 2020-06-23 10:59

[6·25전쟁 70년] 학살, 잠들지 않는 기억
인민군·좌익 “반동세력 처단” 들어
전쟁기간 총 12만명 학살 추산
전세 역전 뒤엔 우익 보복 이어져
‘군경 민간인 학살’ 그 10배 달해
영화 <장마>에서 완장을 찬 좌익 청년들이 우익 인사들을 학살하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 <장마>에서 완장을 찬 좌익 청년들이 우익 인사들을 학살하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전쟁기 전국 곳곳에선 인민군의 비호 아래 지방 좌익세력의 우익세력에 대한 집단학살 사건도 발생했다. 전선이 남북으로 이동하면서 좌익과 우익세력이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반복됐다.

특히 남한 중심부에 위치한 충남은 교통·군사의 요충지로 좌우익 세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충남지역 적대세력 사건 조사보고서를 보면, 충남지역에서만 인민위원회 등 좌익에 의해 대한청년단과 국민회 등 우익단체 활동을 한 민간인 2천여명이 학살됐다.

대부분은 지역 반동세력을 처단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경찰 등 우익 가족이라는 이유로 학살이 된 사례도 있었다. 서천군 문산면에서는 양정목(당시 24살)씨와 그의 동생이 경찰 형제라는 이유로 살해됐다. 당시 인민위원회는 1950년 8월 초 양씨 형제와 함께 경찰관 15명을 붙잡았는데, 형제가 경찰이니깐 더 악랄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형제 경찰 등 3명을 총살하고 나머지는 풀어줬다. 논산 부적면에선 마을 이장(안종구·당시 30살)의 형이 국민회장 활동을 한 우익 집안이라는 이유로 안씨 일가 13명이 몰살당하는 일도 있었다. 안씨의 형과 동생, 그들의 부인 등은 국군의 서울 수복으로 인민군이 퇴각하던 1950년 9월28일 마을 뒷산 골짜기에서 전깃줄로 손이 묶인 채 총살당한 뒤 매장됐다. 서천군 종천면에서는 마을 두곳의 방앗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우파와 좌파로 갈렸는데, 인민군 점령기에 좌파 방앗간 세력이 우파 방앗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집단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우익 활동과 큰 관련이 없는 민간인들이 살해당한 사건도 있었다. 1950년 9월29일 공주 유구면(현 유구읍)에서는 인천상륙작전으로 국군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국군 환영 만세”를 외치던 마을 한문선생님 정종현(당시 43살) 등 8명이 마을 인민위원회에 붙잡혀 다리 밑에서 살해됐다. 사흘 뒤 경찰에 의해 수습된 이들의 시신에서는 창에 찔린 자국과 총상의 흔적이 발견됐다.

대한민국통계연감을 보면 한국전쟁 기간 인민군과 좌익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은 12만2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군경 등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국전쟁 시기에 인민군과 국군을 오가며 노역(방공호) 작업을 한 아산 배방면(현 배방읍) 김희열(85·당시 15살)씨는 “전쟁 전 마을 주민들을 괴롭히던 이장과 우익세력(가족)이 좌익한테 죽임을 당한 뒤 전세가 역전된 다음 우익세력들이 더 악랄하게 좌익에 보복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마을 주민들은 혹시나 좌우익 갈등에 휘말릴까 봐 하루하루를 숨죽이고 살았다”고 했다.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광복 후 국가건설을 둘러싼 남북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이와 무관한 민간인 수십만명의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한 것”이라며 “과거사를 청산하고 국민화합을 위해서라도 좌우를 막론한 진상규명과 유해발굴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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