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와 민간 위탁 사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 ‘서울시 예산은 시민단체 전용 에이티엠(ATM·현금자동인출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시민사회단체와의 민관협치 사업 등 전면 재검토·감사 방침 브리핑에서 쓴 용어들이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시 재정을 ‘주인 없는 곳간’처럼 사용했다는 ‘프레임 전쟁’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4·7 보궐선거를 거쳐 서울시에 입성한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 개조사업 유지 등 주요 현안에서 ‘통합형 행보’를 보여왔다. 이를 두고 ‘합리적인 온건보수’ 이미지를 강화해 내년 시장 재선과 차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이 시점에 왜 갑자기 시민사회 쪽과 대립각을 세우고 나선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여의도 정치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한 ‘회심의 한 수’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내년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는 현직 시장으로서 ‘전임자 시절 혈세 낭비’ 프레임은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세 소재다. 시 안팎에선 취임 뒤 조용히 진행해온 ‘저강도 구체제 청산’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태양광과 마을 만들기 사업 등 예산 지원이 많았던 분야에서 ‘공격할 거리’인 문제점들이 확인됐는데, ‘시민사회진영의 도덕성’ 지적은 보수는 물론 중도층 공략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최근 대립각을 세운 서울시의회와의 기싸움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 전 시장 시절 예산 문제는 같은 민주당 소속이 절대다수인 서울시의회에 부담일 수밖에 없기에, 내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기선제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서울시 한 간부는 “수치나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너무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는 본인 공약 사업을 위해 현재 사업들을 쳐내야 하니 그렇게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 사주’ 논란으로 어려운 상황이란 점도 고려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야당 유력 대선후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 여권 단체장 시절 문제점을 들고나온 셈이어서, 차차기를 노리는 처지로서 모처럼 ‘당심’을 얻을 기회 아니겠냐는 얘기다.
박태우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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