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지인인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ㄱ(20)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인하대 교정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망 사건’의 피의자가 검찰에 넘겨졌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22일 ㄱ씨(20)에게 준강간치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 15일 새벽 인하대의 한 단과대학 건물에서 동급생인 ㄴ(20)씨를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3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당시 상황을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당초 ㄱ씨에게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구속 영장을 발부해 ㄱ씨는 구속된 상태로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ㄱ씨가 동의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강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한다. 당시 대학 폐회로티브이에는 ㄱ씨가 ㄴ씨를 부축해 사건이 발생한 단과대학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치사 혐의를 살인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했지만 ㄱ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이 ㄴ씨를 고의로 떠밀어 숨지게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실험을 진행했지만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ㄱ씨도 경찰 조사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며 “ㄴ씨를 밀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검찰에서 ㄱ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관련된 내용을 수사 보고서에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양형이 정해질 때 고려할 사안으로 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ㄴ씨 추락 이후 ㄱ씨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난 점 등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관련된 것은 수사 기록에 다 남아있다”면서도 “법률적인 영역에서는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며 “경찰에서 ㄱ씨에게 고의성이 있었는지 판단하기는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ㄱ씨의 휴대전화에서 범행 당시 찍은 영상을 확보한 뒤 ‘불법 촬영’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이 영상에는 범행 장면은 제대로 담기지 않고 음성만 녹음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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