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에서 열린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및 재정난 해소 방안 논의를 위한 시민공청회. 연합뉴스
서울시가 시민공청회를 열고 “지하철·버스 요금을 최소한 300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부 토론자는 “중앙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 걸 핑계로 이용자 시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창석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10일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 강당에서 열린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및 재정난 해소방안 논의를 위한 시민공청회’에서 서울 대중교통 요금 조정안을 발표했다. 그는 “과거 요금 인상 당시 요금 현실화율인 84.5%에 맞추려면 700원은 올려야 하지만 시민들의 부담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올릴 수 있는 수준이 300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행 요금 체계에 따른 지하철과 버스의 2023~2025년 한 해 평균 적자 폭을 각각 1조2146억원, 7239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요금 300원을 올리면 지하철과 버스 적자폭이 각각 3162억원, 2481억원 감소할 거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대중교통 인상 방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지선·간선 버스 기본요금은 카드 기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올리고, 광역버스는 2300원에서 3000원으로 700원, 심야버스는 2150원에서 2500원으로 350원, 마을버스는 900원에서 1200원으로 300원 올린다. 지하철도 1250원에서 1550원으로 300원 올린다. 지하철만 이용하거나 지하철·버스 통합 환승 체계를 이용할 때 10㎞ 초과 시 5㎞마다 100원이던 거리요금은 15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창석 과장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장거리 이용에 대한 요금 현실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기용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 부이사장은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운영돼 주 수입원을 요금에 의존한다. 장기적인 요금 동결과 코로나19에 따라 마을버스 회사마다 수억 원 부채를 떠안고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소한 400원 인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요금 원가 보전율 높이는 방법은 요금 인상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서울시는 요금 인상이라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비용 보전 책임을 놓고 싸우는 건 좋은데,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않는 걸 빌미로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상임위원장은 “소비자 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상황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소비자를 물가 압박에 몰아 넣는 나쁜 정책 결정”이라며 “수익이나 정부 지원과 같은 조건을 달지 말고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평소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서 참여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석자는 “서울시 설명에 따르면 300-400원 요금을 올릴 때 이용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지하철 노후 시설 개선과 저공해 버스 도입 정도인 것 같다”며 “하지만 제가 바라는 점은 심한 대중교통 혼잡도와 긴 배차 간격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민공청회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단상 점거로 개회가 지연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조합원들은 오후 2시께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던 서울시 서소문청사 후생동 강당 단상에 올라가 “시민에게 전가하는 서울시민 대중교통 재정 해소 중단하라” “지금 필요한 것은 요금 인상이 아니라 공공 무상교통”이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버스 업계와 다른 노동조합 관계자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욕설과 고성도 오갔다. 약 15분간 소란 끝에 경찰이 강당에 들어와 상황을 정리한 뒤 공청회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경기, 인천, 한국철도공사 등 수도권 통합환승제 시행기관 등과의 협의,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오는 4월 말 지하철·버스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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