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에 놓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날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의결서를 접수하고 심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과 국무위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의 책임을 묻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따라 취임 아홉달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서울대 법대 4년 후배라는 학연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5월13일 취임한 이 장관은 근무 기간 내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연이어 터져나온 어처구니없는 말실수와 가벼운 처신은 재임 기간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의 ‘1호 지시’는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 구성이었다. 자문위는 구성 한달여 만인 지난해 6월21일 ‘경찰국’과 ‘경찰청장·소방청장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 규칙’ 신설을 뼈대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내무부 치안본부가 1991년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경찰 제도의 기본 틀을 바꾸는 작업은 ‘누군가는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행안부 장관 소관 사무에서 ‘치안 사무’를 뺀 정부조직법과, 경찰 주요 정책에 대한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권을 명시한 경찰법을 위반한 월권 행위라는 비판이 법조계와 정치권, 시민사회 안팎에서 비등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행안부는 지난해 8월 행안부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경찰청장·소방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다. 이때부터 야당은 경찰국 설치를 밀어붙인 이 장관의 해임건의와 탄핵소추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장관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7월15일 경찰국 신설 방침을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나 경찰 고위직 관련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지 않을 땐 ‘수사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독립’을 위협하는 발언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9월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대기업 3~5곳과 주요 대학, 특목고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대통령 공약은 물론 120대 국정과제와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없던 내용을 교육부나 해당 대학들과 협의도 없이 공개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작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할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은 늦어지면서 대기업, 주요 대학 이전 발언은 여론 주목끌기용이란 비판을 피해 가지 못했다.
재난·안전 주무장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실언도 있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해 10월30일 첫 정부 합동 브리핑에 참석해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이태원에)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참사 전후 상황에 대해 정확한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재난 예방에 실패한 책임부터 부인하고 본 셈이다.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고 여권 인사들도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성토했다.
한동안 공개 발언을 자제하던 그는 불과 한달여 만에 또다시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며 자신의 사퇴 거부가 사태 수습을 위해 책임 있는 선택이었음을 강변한 것이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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