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 중 최고위급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김 청장을 기소하라고 검찰에 권고한 바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18일 “수사심의위 의견을 존중해 신속하게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처분 내용은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수사심의위가 9대6 의견으로 공소제기 의견을 낸 만큼 김 청장을 기소하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앞두고, 정보보고서 등을 통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인식했는데도 적절히 대처하지 않아 대규모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월13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김 청장을 검찰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 수사팀도 김 청장을 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당시 대검도 기소 의견으로 입장을 모았고, ‘기소했을 경우 공소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충실히 살피라’는 취지로 보완수사를 지휘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바뀐 서부지검 수사팀은 불기소 의견을 고수했다.
김 청장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이 검찰 내부에서도 엇갈리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4일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열기로 결정했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15일 장시간 논의 끝에 김 청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9대6 의견으로 권고했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2017년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 및 기소 적정성을 심의하는 외부 기구로 도입됐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검찰은 수사심의위가 다룬 14건 중 10건에서 수사심의위 권고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번처럼 수사심의위가 ‘기소’ 의견을 냈는데도 불기소한 경우는 전무하다.
검찰은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은 불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는 최 전 서장에 대해선 14대1 의견으로 불기소 권고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