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전선 매설 공사를 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감전사고로 숨진 지 7개월이 되도록 사건 송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와 대표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지 4개월이나 지났지만 공사를 발주한 한국전력의 도급사(원청) 지위를 인정할지를 두고 노동당국 내부에서 의견 정리가 되지 않아서다. 도급사 지위가 인정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한전 대표가 처벌받을 수 있다.
13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고압전선 매설 현장에서 지상 변압기를 확인하던 김아무개(사고 당시 52살)씨는 목 부위가 저압 단자에 닿으면서 감전 사고를 당했다. 치료를 받던 김씨는 지난해 9월19일 숨졌다.
이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은 매설 작업 중 안전모 착용 등 안전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12월 공사업체와 대표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났음에도 검찰 송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사업체는 종업원 수가 50명을 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규모가 큰 한전이 원청 기업으로 인정받으면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사고가 난 고압전선 매설 공사는 한전이 공사업체에 발주한 고양 식사2구역 배전케이블 설치 공사다. 애초 사건을 담당한 중부노동청 내부에선 고압전선이 이미 깔린 상태에서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면 한전을 도급사로 볼 수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신규 매설 공사의 경우 도급사가 아닌 단순 발주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전의 업무 범위에 전력 생산·공급 및 설비 유지·보수가 포함되지만 신규 고압전선 매설 공사는 포함되지 않아서다.
중부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쪽은 “한전의 도급 지위를 인정할지 문제는 굉장히 복잡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보완 및 추가 조사도 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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