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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등록 2024-01-16 18:38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경영계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중대재해법을 후퇴시키려는 것인가. 법 시행을 불과 열흘 남짓 남겨두고 대통령이 법 유예를 주장하니, 이마저도 4월 총선 전략용인지 의구심이 일 정도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아직도 민생 현장에는 애타게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들이 많이 잠자고 있다”며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 유예 법안의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현장의 영세한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경영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제단체 입장문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전날인 1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민생 현장 간담회’라는 이름 아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의 추가 유예를 주장했다. 이 장관은 “중소기업의 절박한 호소가 지속되는데도 국회에서 개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고, 오 장관은 “동네 빵집 사장님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읍소했다. 정부가 노동계 입장은 무시한 채 중소·영세기업 대표 6명만 불러다 놓고 경영계 입장만 줄기차게 대변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사업주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최소한의 안전이 담보되는 작업장 환경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 때문에 2021년 법 제정 때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의 준비 기간이 주어졌다. 27일부터 법 적용 확대에 따른 현장 점검에 나서야 할 정부가 거꾸로 법을 후퇴시키려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윤 대통령)라는 주장은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를 망각한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정부는 지난 연말 중대재해법을 미루는 조건으로 내놓은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대책’에서도 재탕·삼탕 대책만 넣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더 이상 중대재해법을 흔들려고 해선 안 된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에 따른 산재 사망사고가 미세한 수준이나마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연일 민생을 외치면서 정작 노동자 안전은 뒤로 미뤄두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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