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 남양주의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에이치빔이 쓰러져 그 위에 있던 60대 노동자 ㄱ씨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작업 현장에서 에이치빔 전도 방지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건설업계 말을 들어보면, 통상 에이치빔은 전도 사고를 막기 위해 긴 콘크리트가 굳기 전 ‘앵커’(철심)를 설치하는 작업을 거친다. 콘크리트가 굳으면 앵커가 고정돼 에이치빔 전도를 막는 방식이다. 하지만 ㄱ씨 유족의 법률 대리인이 공개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ㄱ씨가 서 있던 에이치빔은 콘크리트가 타설·양생 되지 않은 곳에 설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치빔을 지탱하는 힘이 없었던 셈이다. 실제 이 공사현장에서 전도되지 않은 다른 에이치빔을 보면 콘크리트에 앵커가 박혀있는 상태로 고정돼 있다.
이 과정에서 ㄱ씨는 여러 개의 에이치빔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전도 사고가 난 에이치빔 위에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는 작업 중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모와 안전대, 안전고리 등을 착용했지만 자신이 있던 곳에 있던 에이치빔이 쓰러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동자는 안전 의무를 다했지만 구조물 자체가 넘어지는 상황이어서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랜 기간 에이치빔과 같은 철골 제작 및 설치 일을 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콘크리트가 없으면 에이치빔은 전혀 고정되지 않는다. 사실상 에이치빔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전도 사고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ㄱ씨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김의택 법률사무소 으뜸 변호사는 “원하청 시공사들이 규정된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언제든지 에이치빔이 넘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에이치빔 위에 올라가 작업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ㄱ씨 유족 쪽은 시공사 현장소장을 살인죄, 원청사의 회장 또는 대표이사를 업무상 과실치사로 형사 고소한 상태다.
유족 쪽이 공개한 사고 현장 사진. 유족 제공
이와 관련 시공을 담당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화 인터뷰를 거절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차례 다시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물류창고 신축 공사는 공사금액이 50억원을 넘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당초 에이치빔이 제대로 설치된 상태에서 연결 작업이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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