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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박해’ 피해 난민 신청했지만…9개월째 공항서 쪽잠

등록 2023-06-13 18:33수정 2023-06-13 18:51

한국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율 50% 넘어
13일 오후 인천지법 정문 앞에서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인천공항에서 9개월째 노숙생활을 하는 난민신청자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인천지법 정문 앞에서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인천공항에서 9개월째 노숙생활을 하는 난민신청자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1일 북아프리카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ㄱ씨는 곧바로 난민신청을 했다. 하지만, 10일 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ㄱ씨에게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난민법 시행령 5조에 있는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없는 경우’라는 것이다. 때문에 ㄱ씨는 250일 넘게 인천공항에 머물며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불회부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ㄱ씨의 판결은 13일 예정돼 있었지만, 법원이 하루 전인 지난 12일 변론 재개를 결정하면서 선고까지는 적어도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287일 동안 ‘공항 난민’으로 지냈던 아프리카 콩고 출신 루렌도 가족보다 더 많은 기간을 공항에서 지내야 한다. 

ㄱ씨가 살았던 북아프리카 국가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률이 있다고 한다. 이 종교 신자가 아닌 ㄱ씨는 교리를 따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이날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ㄱ씨가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는 여부는 ㄱ씨의 출신국에서 특정 사람들을 박해하는 법률과 문화, 사회구조 등이 난민법상 박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ㄱ씨가 그러한 박해받는 집단의 구성원에 해당하는지 심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그런 심사를 하지 않고 ㄱ씨가 공항에서 난민 신청한 내용만으로 난민심사를 해볼 필요가 없다고 심사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운용 중인 다른 나라에서는 불회부율이 난민신청자의 10%가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한국의 불회부율은 50%가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코로나19 이후 20건 가까이 이뤄진 불회부 취소소송의 75% 이상을 난민신청자 쪽에서 승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이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개정안은 ‘공항 밖에 난민 신청자들이 임시로 머무를 수 있는 출입국대기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항 밖 출입국대기소 설치는 지난 5월 법무부의 보도자료에서 제시된 정책과제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이종찬 ‘공익법인 어필’ 변호사는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처분은 개개인의 인권침해도 문제지만, 난민 인정 심사 신청의 의지를 꺾어버린다”며 “이들을 출국대기실에서 몇 달째 구금할 것이 아니라, 인도적인 처우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항 밖 출국대기실을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과 소송이 계속되면서 ㄱ씨의 영양 상태도 우려된다. 이한재 변호사는 “ㄱ씨는 영양 균형이 갖춰지지 않은 하루 2끼 식사만 받고 있어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며 “공항 출국 대기실이나 출국 게이트 앞 의자에서 쪽잠을 자면서 생활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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