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6일 오전 9시40분께 거푸집을 받치는 철근 동바리(가설지지대)의 높낮이를 조절하던 중국 이주노동자 ㄱ씨(40대)가 철근에 머리와 가슴을 맞아 숨진 인천 중구 을왕동의 근린생활시설 공사 현장. 이승욱 기자
인천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설회사 대표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자 검찰이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인천지검은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한 시너지건설 대표이사 박아무개(62)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양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박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법원이 시너지건설 법인에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를 ‘실체적 경합’이 아닌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한 것과 관련해서도 “법리를 오해했다”며 항소했다. 실체적 경합은 각각의 범죄를 별도의 행위로 처벌하는 것을 의미하고 상상적 경합은 각 범죄를 하나의 행위로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실체적 경합을 적용하면 여러 범죄로 처벌할 수 있어 상상적 경합보다 형량이 무거워질 수 있다.
검찰은 원청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동시에 성립될 실체적 경합관계가 인정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낸 중대재해처벌법 별칙해설에도 “원칙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는 내용이 상이해 실제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법원은 지금까지 진행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3건의 판결에서 두 죄목이 함께 적용됐을 때 실체적 경합이 아닌 상상적 경합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은 박씨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시너지건설 법인도 검찰에 앞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씨는 지난해 3월16일 오전 9시40분께 인천 중구 을왕동 근린생활시설 건설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중국인 이주노동자 ㄱ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였던 ㄱ씨는 거푸집을 지탱하는 철근 동바리(가설지지대) 높낮이를 조절하던 중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철제 파이프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 검찰은 원청 건설회사인 시너지건설의 대표이사인 박씨가 사고 예방을 위해 유해, 위험 요인에 대한 확인 개선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