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씨가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피의자 최원종(22)씨가 자신을 감시하는 스토커 집단이 있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 모상묘 팀장(분당경찰서장)은 9일 오후 분당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어 최원종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10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55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에이케이(AK)플라자 백화점 인근 보도에서 차량 돌진 사고를 낸 뒤, 백화점 1~2층으로 들어가 흉기를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최씨의 범행으로 시민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모상묘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장이 9일 오후 분당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1차 수사 결과를 밝히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찰은 지난 3일 사건 발생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후 6시5분께 최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최씨의 휴대전화 2대와 컴퓨터 등을 포렌식하고, 프로파일러 면담,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범행 동기와 범행 과정을 다각도로 수사했다.
경찰은 최씨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뒤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치료를 거부해 부모와 갈등을 빚자 독립해서 생활하다가 범행 이틀 전인 이달 1일 합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경찰에서 “나를 해하기 전에 스토킹하는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수사전담팀은 “최씨가 범행을 후회하는 듯한 진술도 했지만, 피해자 가운데 스토킹 조직원이 있다고 생각해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경찰은 최씨의 범행이 지난달 21일 발생한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선(33)씨의 영향을 받은 모방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냈다. 최씨는 사건 발생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 범행을 결심하고, 이달 2일 마트에서 흉기 2점을 산 사실을 확인했다. 최씨는 흉기를 산 당일 서현역을 갔으나, 실행에는 옮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인기피증이 있는 최씨가 인파가 많아 두려움을 느껴 범행을 포기했다가, 다음날 차량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성향검사도 진행했으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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