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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신질환 범죄, 격리·수용보다 치료에 초점 맞춰야”

등록 2023-08-09 05:00수정 2023-08-09 07:35

‘서현역 사건’ 정부 대책 문제점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한 대형 백화점 인근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으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한 대형 백화점 인근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으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14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성남시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이 분열성 성격장애를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두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사법입원제’ 등 정신질환자의 ‘격리’에 초점을 맞추거나 경찰의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등 사후적인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정부가 정신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좀더 적극적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정신질환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판사가 입원 치료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가족과 정신건강전문의가 환자의 ‘강제입원’ 결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가족과 의료진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사법입원은 정신질환자의 상태가 나빠진 연후에 뒤늦게 이뤄지는 사후적 대처에 불과해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증상이 급격히 나빠지는 시기 때 치료하는 일 정도가 사법입원으로 가능할 것”이라며 “사법입원 도입 후 다른 정신보건 제도까지 정비하자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에도 정신질환 범죄자의 치료를 돕는 치료감호와 치료명령 등 제도가 마련돼 있다. 교도소가 아닌 병원에서 격리된 채로 치료받는 치료감호는 정신질환자 중에서도 마약중독, 심신장애, 이상 성애 등 입소 요건이 제한적이다. 치료명령은 입원이 아닌 통원 치료를 받는 형태로, 집행유예 선고나 기소유예 처분 때 부과된다. 안성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예방·교정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엄벌 대책이 가장 하수의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처우는 형사사법 체계와 정신보건의료 체계가 서로 협력함으로써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며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격리와 수용 위주로 대책이 마련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환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적 제재보다는 정신질환 예방과 치료에 초점을 맞추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18년 펴낸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보면, 국내 조현병 환자의 평균 병원 재원 기간은 303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조현병 환자의 평균 재원 기간(50일)의 여섯배가 넘는다. 의료 체계가 환자의 치료보다는 입원·격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방증하는 자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현병 환자는 “약 복용을 못 했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정신질환 증상이 심각해진 경우에 자해·타해 우려가 있다면 ‘강제입원’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병원에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비인권적인 대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입원을 꺼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사단법인 정신장애인권연대 카미의 권오용 대표는 “평상시에 정신질환자들을 상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체계를 정비하고, 증상이 악화된 정신질환자가 발생했을 때 좀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지역사회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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