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서울시 유기동물 만남의 날’ 행사를 찾은 박경록씨(왼쪽)와 이현지씨가 각각 유기견 ‘카누’, ‘석순’과 함께 그린 캐리커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박다해 기자
“지금 카누의 기분은 어떤가요? 카누는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요.”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를 찾은 박경록(35)씨가 품에 안긴 믹스견 카누를 바라보며 건너편에 앉은 타로마스터에게 물었다. 이날 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유기동물 만남의 날’ 행사에는 입양 희망자와 유기견이 함께 동물 타로점을 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반려견 똑순을 키우는 박씨는 둘째 반려견을 입양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박씨는 “카누가 많이 외로워했다고 한다”며 “똑순이와 잘 맞을지 좀 더 고민한 뒤 입양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유기동물 만남의 날’ 행사는 유기견 입양을 고민 중이거나 희망하는 이들이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 사는 유기견을 직접 만난 뒤 입양 절차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센터 관계자는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실제 입양을 염두에 두고 입양 상담까지 진행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구로구, 동대문구 세 곳에 있는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공고 기한이 지나 안락사 위기에 놓인 유기동물을 대상으로 적절한 치료와 사회화 훈련 등을 시행한 뒤 새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입양 절차를 진행한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가 입양을 희망한 유기견을 직접 안고 1시간 동안 사진 촬영, 캐리커처, 동물 타로점 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감을 나눈 뒤 입양 상담을 받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참여한 입양 희망자는 모두 33팀, 갑자기 닥친 한파에도 불구하고 먼 곳에서 찾아온 이도 눈에 띄었다.
성북구에서 왔다는 이현지(27)씨는 닥스훈트 석순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뒤 입양 상담을 받았다. 이씨는 “유기동물이 많고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된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반려견을 키운다면 꼭 유기견을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오늘 행사에 와서 실제 입양 때 필요한 고려사항이 무엇인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직접 만나보니 더 애정이 간다”면서도 “아직 부모님을 설득 중이다. 부모님 동의가 관건”이라고 아쉬움을 삼켰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마포센터 관계자가 16일 행사 참여자들에게 입양 상담을 제공하는 모습. 사진 박다해 기자
실제로 센터에 와서 입양 절차를 밟으려면 함께 사는 가구원 모두의 동의가 필수다. 매일 산책이 가능한지, 여행·출장 등을 이유로 집을 비울 때도 돌볼 수 있는 반려인이 있는지를 철저히 확인한다. 입양 뒤 일정 기간 동안 온라인과 전화를 통해 잘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사후 관리도 센터에서 진행한다.
센터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담 과정을 체험하면서 유기동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입양에 대한 책임감을 모두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 중 실제 입양 희망 의사를 밝힌 이들을 대상으로 센터는 추가 입양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누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 센터를 나선 박씨는 “직접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면서도 “실제로 유기견과 산책을 해보거나 좀 더 활동적인 놀이를 할 수 있었다면 (입양 여부를 결정하기가)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