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형 도시농부’가 농촌에 배치돼 배추 수확을 돕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북 음성군 소이면에 사는 정아무개(38)씨는 동갑내기 남편과 지난해 11~12월 음성의 한 창호 제작 회사에서 일했다. 하루 4시간씩 24일을 일하고 부부는 각자 100만원이 조금 넘는 급여를 받았다. 정씨 부부는 경기도에서 대안학교 교사 등으로 일하다 지난해 부모가 사는 음성군에 정착한 귀농인들이다. 부모를 도와 5천평(1만6500㎡) 규모 수박 농사를 마무리한 뒤, 지역 중소기업에서 일할 단기 인력을 뽑는다는 지자체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넣었다. 정씨는 “일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에 돈까지 벌어 좋았다.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고 했다.
정씨 부부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충청북도가 지난해 10~12월 시범 운영한 ‘도시근로자 사업’이다. 사업은 도시 등의 남는 노동력을 일손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에 소개하고, 자치단체가 임금의 40%까지 지원하는 게 뼈대다. 중소기업이 많은 음성·진천 등에서 시행했는데, 정씨 등 51명이 기업체 11곳에서 일했다. 사업이 마무리된 뒤 10명은 일하던 업체와 정식 근로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시범 사업을 이용한 진천 예일케미텍 신동원 상무는 “50~60대 8명과 일했는데 4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정도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구인난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 30여명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 도시근로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청북도가 충북연구원에 맡겨 진행한 ‘도시근로자’ 제도의 성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참여자 69.6%가 만족했고, 노동자·기업 90%가 사업이 지속되길 원했다. 반응이 좋자 충청북도는 올해 시·군 11곳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예산 6억5천여만원을 편성했다. 하선미 충청북도 지역상생일자리팀장은 “올해 1만35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농촌에는 ‘도시농부’가 투입된다. 충청북도 발표를 보면, 2015년 17만8천여명이던 충북 농가 인구는 2021년 15만1천여명으로 줄었는데, 이 가운데 45.7%가 65살 이상 고령자다. 이 때문에 농촌 지자체는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경쟁적으로 유치한다. 올해에만 음성 550명, 진천 289명, 괴산 238명 등 외국인 계절노동자 2100여명이 충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그래도 부족한 곳은 ‘도시농부’가 채운다. ‘도시농부’는 75살 이하 은퇴자와 주부·청년 등에게 맞춤형 농사 교육을 한 뒤 농가에 배치하는 충북형 농촌 일자리 사업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 괴산·보은 등에서 시행한 뒤 반응이 좋아 올해는 충북 11개 시·군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도시농부는 하루 4시간 일하면 6만원(교통비 별도)을 받는데, 농가가 이 가운데 2만4천원을 내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올해 도시농부 예산 26억5천만원을 편성한 충청북도는 참여 규모를 6만여명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1차 모집을 했는데 1520명이 몰렸다. 오경세(64)씨는 “4년 전 은퇴해 소일하던 중 도시농부 교육을 받았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도움을 주면서 건강을 지키고 용돈도 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상영 충청북도 농업경영팀 주무관은 “도시농부는 농촌엔 일손을 지원하고, 도시 유휴노동자에겐 일자리를 줄 수 있다”며 “도농 상생과 더불어 귀농·귀촌을 유도할 수 있는 마중물 구실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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