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금강 고마나루 강변 모습. 모래톱은 사라지고 펄밭으로 변했다. 최예린 기자
지난 12일 충남 공주의 금강 고마나루 강변으로 다가가자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지난해까지도 이곳을 뒤덮었던 고운 모래는 보이지 않았다. 강변은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있고, 진흙과 모래가 섞인 땅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해 6월·10월 2차례 공주보 담수(수문을 닫아 물을 가둠) 이후 모래톱 위에 펄이 쌓여 이렇게 됐다. 펄밭으로 변한 땅에 풀이 자라면서 모래톱이 육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마나루는 2018년 공주보 개방 이후 모래톱이 넓게 형성된 곳이었다. 재자연화로 모래톱이 다시 만들어진 이후 해마다 이곳에서 6쌍 이상의 꼬마물떼새가 번식했다. 하지만 이날 이곳을 찾았을 때는 번식 중인 꼬마물떼새 흔적을 찾지 못했다. 이 처장이 지난 4월19·24일, 5월4일 3차례에 걸쳐 현장 모니터링을 했을 때 꼬마물떼새 1쌍이 펄밭 사이 자갈 위에 번식 중이었지만, 그마저도 흔적이 사라진 뒤였다.
꼬마물떼새는 더운 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뒤 이듬해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와 새끼를 낳는다. 모래톱의 자갈 위에 알을 낳아 품는다. 금강의 꼬마물떼새는 한때 고향을 잃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모래가 준설되고 번식처가 공사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일부 꼬마물떼새는 건설 차량과 장비가 오가는 틈에서 알을 낳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되고 보 수문이 닫혀 모래톱이 아예 사라진 뒤로는 번식처를 잃고 금강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러다 2018년 보가 개방되고 재자연화로 모래톱이 다시 만들어지면서 꼬마물떼새도 금강에 돌아왔다. 재자연화 뒤로는 해마다 최소 6~7쌍의 꼬마물떼새가 고마나루에서 번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처장의 설명이다.
지난달 4일 금강 고마나루에서 발견된 꼬마물떼새 알.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현장 모니터링 결과 고마나루에서 꼬마물떼새 1쌍의 번식 현장을 관찰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곳에서 6쌍 이상의 꼬마물떼새 번식을 확인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꼬마물떼새는 금강 재자연화의 상징과도 같은 새지만, 다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6월 가뭄 대책과 10월 백제문화제 등을 이유로 공주보 담수가 이뤄지면서 고마나루 모래톱이 펄밭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약 40여일간의 담수였지만 영향은 컸다. 쌓인 펄에 풀까지 자라면서 빠르게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전·공주 지역 시민들이 4차례에 걸쳐 펄 걷어내기를 진행했지만 드넓게 뒤덮인 펄을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래톱이 회복되지 않으면 고마나루에서 태어난 꼬마물떼새들은 다시 고향을 잃고 번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처장은 “2012년 4대강 보 완공 뒤 물고기 30만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녹조라떼’와 함께 오염지표종인 큰빗이끼벌레·붉은깔따구·실지렁이가 창궐한 병든 금강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모래와 자갈, 여울과 풀이 있고 꼬마물떼새가 찾아오는 금강이어야 진정한 강으로 살아날 수 있다”며 “공주보 담수와 같은 무지한 결정은 반복돼선 안 된다. 최근 보 활용론을 부추기는 일부 세력의 선동 역시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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