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형 충주시장이 12일 충주의 한 담배 농가를 찾아 우박 피해 상황을 살폈다. 충주시 제공
“단추만한 우박이 눈처럼 쌓일 정도로 내렸으니 (열매가) 남아나겠어요. 올해 배 농사는 100% 망쳤어요.”
12일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이상기(68)씨는 앙상한 배나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11일 오후 2시30분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와 함께 우박이 쏟아지면서 배 과수원 6천㎡가 초토화됐다. 영글기 시작한 배에는 상처가 나고 잎은 찢어졌다. 이씨는 “40여년간 과수 농사를 했지만 이런 심한 우박은 처음이다. 지름 1㎝는 족히 돼 보이는 우박이 비닐하우스 차광막·비닐 등을 뚫을 정도였다. 4월 개화기 때 냉해, 5월에 과수화상병(열매, 줄기 등이 검은색으로 변하며 마르는 과수 전염병)이 오더니 난데없는 우박 피해까지 났다. 이제 농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이웃 신니면 김영준(65)씨의 담배밭 16만5천여㎡ 가운데 80%인 13만2천여㎡가 우박 피해를 봤다. 수확을 코앞에 둔 담배 이파리는 구멍이 숭숭 났고, 이파리가 떨어져나가 줄기만 서 있는 담배도 수두룩했다. 김씨는 “이번주부터 수확하려고 준비했는데 우박이 20~30분 만에 이파리를 싹쓸이해 건질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충북도가 13일 내놓은 우박 피해 현황(12일 오후 6시 기준)을 보면, 지역 농가 540곳 302.6㏊에서 피해가 났다. 사과·복숭아·포도 등 과수 피해가 358농가 205.4㏊, 담배 등 채소 피해가 181농가 97.2㏊다. 지역별로는 충주·제천·단양 등 충북 북부권, 괴산·음성 등 중부권뿐 아니라 남부권 영동에도 피해가 났다.
충북도 등 자치단체는 피해 농가 지원에 나섰다. 13일 제천시 금성면 오이 농가를 찾은 김영환 충북지사는 “현장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농업 재해 복구비 등 지원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윤수 충주시 식량작물팀장은 “농어업재해대책법을 보면 단일 시·군 피해 면적이 30㏊ 이상이면 국비 등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데 피해 면적을 살펴 최대한 빨리 지원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충주에서 시작된 과수 전염병 과수화상병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12일 오후 6시까지 충북지역에서 과수화상병 53건이 발생해 11.8㏊를 매몰 처분하고, 4.8㏊는 공적 방제(부분 매몰)를 추진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충주(36건)뿐 아니라 괴산(7건)·제천(4건)·음성(3건)·진천(2건)·증평(1건) 등으로 번졌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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