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 ‘길조’로 알려진 백로였지만, 아파트·학교 등과 인접한 곳에 자리 잡아 소음·악취 등 피해를 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오윤주 기자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내곡초등학교 주변 야트막한 숲엔 백로 등 철새들이 떼 지어 앉아 있었다. 새들의 우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내곡초 교감은 “문을 닫으면 잘 모르지만 바깥 활동을 하거나 문을 열면 (새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철새들이 날아다니면서 쏟아내는 배설물이 학교에 주차된 차량에 떨어지는 등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학생은 “백로 등 철새는 책이나 텔레비전 등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새의 개체 수가 늘면서 주민들에게 백로는 상서로운 소식을 전하는 ‘길조’라기보다, 천덕꾸러기가 됐다. 백로 등 서식지 코앞에 있는 아파트의 한 주민은 “소음도 문제지만 흐릴 땐 악취도 제법 심하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청주시는 이 일대 야산에 백로 등이 둥지 900여개를 틀었으며, 줄잡아 3000여 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백로 등 철새는 해마다 2월이면 이 일대에 둥지를 털었다가 9월께 이동한다. 애초 청주지역 백로 등 철새 최대 서식지는 청주시 서원구 잠두봉 공원 일대였다.
하지만 간벌이 이뤄지면서 송절동과 주변 강내면 태성리 일대가 주 서식지가 됐다. 청주 내곡초 교감은 “가끔 아이들과 백로 등 철새 환경교육을 진행하는데, 이곳에 철새 등이 둥지를 튼 가장 큰 이유는 번식할 수 있는 숲이 있고, 주변에 먹잇감을 구할 수 있는 무심천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주시는 16일 자연환경보전청주시협의회 회원 등 100여명과 백로 등 서식지 환경 정비를 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백로와 동행을 위한 조처에 나섰다. 시는 16일 자연환경보전청주시협의회 회원 등 100여 명과 백로 서식지 일대 환경 정비를 했다. 야산 바닥에 떨어진 물고기 뼈 등 철새 먹이, 배설물, 사체 등 1000㎏을 치우고 서식지 안 숲을 소독했다. 조용학 청주시 자연보전팀장은 “앞으로 매달 2차례 정도 백로 등 철새 서식지 환경 정비를 해 주민 불편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주시가 지난 15일 강서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 보고회를 열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강림환경연구원에 맡겨 ‘백로류와 공존 방안 마련 연구’도 진행했다. 이 연구에선 △번식지 주변 완충공간 확보 △밀도 조절 등 합리적 번식지 관리 △시민 환경 교육과 연계 △대체 서식지 발굴·관리 △주민 협의체 구성 등 방안을 제시했다. 조 팀장은 “전엔 백로가 길조로 여겨져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개체가 워낙 많은 데다 아파트·학교 등과 인접한 곳에 서식해 악취·소음 등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환경을 지키는 선에서 철새와 주민이 공존하는 최적의 방안을 찾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