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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3천마리 도심에 둥지…천덕꾸러기 되지 않게 하려면

등록 2023-06-16 17:03수정 2023-06-16 23:23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 ‘길조’로 알려진 백로였지만, 아파트·학교 등과 인접한 곳에 자리 잡아 소음·악취 등 피해를 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 ‘길조’로 알려진 백로였지만, 아파트·학교 등과 인접한 곳에 자리 잡아 소음·악취 등 피해를 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오윤주 기자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내곡초등학교 주변 야트막한 숲엔 백로 등 철새들이 떼 지어 앉아 있었다. 새들의 우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내곡초 교감은 “문을 닫으면 잘 모르지만 바깥 활동을 하거나 문을 열면 (새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철새들이 날아다니면서 쏟아내는 배설물이 학교에 주차된 차량에 떨어지는 등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학생은 “백로 등 철새는 책이나 텔레비전 등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새의 개체 수가 늘면서 주민들에게 백로는 상서로운 소식을 전하는 ‘길조’라기보다, 천덕꾸러기가 됐다. 백로 등 서식지 코앞에 있는 아파트의 한 주민은 “소음도 문제지만 흐릴 땐 악취도 제법 심하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청주시는 이 일대 야산에 백로 등이 둥지 900여개를 틀었으며, 줄잡아 3000여 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백로 등 철새는 해마다 2월이면 이 일대에 둥지를 털었다가 9월께 이동한다. 애초 청주지역 백로 등 철새 최대 서식지는 청주시 서원구 잠두봉 공원 일대였다.

하지만 간벌이 이뤄지면서 송절동과 주변 강내면 태성리 일대가 주 서식지가 됐다. 청주 내곡초 교감은 “가끔 아이들과 백로 등 철새 환경교육을 진행하는데, 이곳에 철새 등이 둥지를 튼 가장 큰 이유는 번식할 수 있는 숲이 있고, 주변에 먹잇감을 구할 수 있는 무심천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주시는 16일 자연환경보전청주시협의회 회원 등 100여명과 백로 등 서식지 환경 정비를 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16일 자연환경보전청주시협의회 회원 등 100여명과 백로 등 서식지 환경 정비를 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백로와 동행을 위한 조처에 나섰다. 시는 16일 자연환경보전청주시협의회 회원 등 100여 명과 백로 서식지 일대 환경 정비를 했다. 야산 바닥에 떨어진 물고기 뼈 등 철새 먹이, 배설물, 사체 등 1000㎏을 치우고 서식지 안 숲을 소독했다. 조용학 청주시 자연보전팀장은 “앞으로 매달 2차례 정도 백로 등 철새 서식지 환경 정비를 해 주민 불편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주시가 지난 15일 강서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 보고회를 열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가 지난 15일 강서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 보고회를 열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강림환경연구원에 맡겨 ‘백로류와 공존 방안 마련 연구’도 진행했다. 이 연구에선 △번식지 주변 완충공간 확보 △밀도 조절 등 합리적 번식지 관리 △시민 환경 교육과 연계 △대체 서식지 발굴·관리 △주민 협의체 구성 등 방안을 제시했다. 조 팀장은 “전엔 백로가 길조로 여겨져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개체가 워낙 많은 데다 아파트·학교 등과 인접한 곳에 서식해 악취·소음 등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환경을 지키는 선에서 철새와 주민이 공존하는 최적의 방안을 찾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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