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뒤인 9월1일 개막하는 2023청주공예비엔날레 출품작.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충북 청주 우암산 자락 안덕벌에는 청주 연초제조창이 있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문 열어 1999년 문 닫을 때까지 청주 살림살이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12만2181㎡ 부지에 세워진 24개 건물에서 노동자 2천~3천여명이 연간 100억개비가 넘는 담배를 생산했다.
문 닫은 담배 공장은 지금은 ‘문화 공장’이다. 본관동(5만1515㎡)은 공예관·전시관·도서관 등이 어우러진 문화제조창이 들어섰고, 남동관(1만9856㎡)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거듭났다. 담뱃잎 등을 보관하던 동부창고도 옛 모습 그대로인데 전시·공연·문화 행사 등이 이어진다. 면적 1만㎡, 천장 높이 6.5m, 길이 200m에 이르는 창고와 공장은 어떤 규모의 작품도 수용할 수 있다. 2015년 이곳을 찾은 알랭드 보통은 “가공되지 않은 옛 담배공장과 인간의 손으로 다듬어진 공예의 만남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옛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청주 문화제조창’. 50일 뒤 이곳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 청주시 제공
50일 뒤인 9월1일 옛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 1999년 이후 13번째다. 올핸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를 주제로 전시·학술행사 등이 45일 동안 이어진다. 섬유작가 황란, 공예가 이상협, 의자디자이너 유르겐 베이 등 60여개국 300여명 작가가 2000여점을 출품하기로 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선 순수 공예뿐 아니라 디지털 등 새 기술과 접목한 미래 공예, 재활용·새활용·업그레이딩 공예 등을 선보인다.
본 전시장 옆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선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열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파블로 피카소의 도예 작품 <검은 얼굴>, <이젤 앞의 자클린> 등 112점이 공개된다. 이번 비엔날레 초대국은 스페인이다. 스페인 작가 30여명이 작품과 함께 청주를 찾을 참이다.
시민·예술인 500여명이 함께하는 ‘어마어마 페스티벌’, 나라 안팎의 공예인들이 벌일 담론의 장 ‘크라프트 서밋’, 7개국 13팀이 참여하는 ‘국제공예워크숍’ 등 학술행사도 이어진다.
하늘에서 본 옛 청주 연초제조창. 지금은 문화제조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등 문화 공간이 됐다. 청주시 제공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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