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서 ㅇ양 등 초·중학생 11명이 초등학생·중학생 등 2명을 집단 폭행해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천안 동남경찰서는 지난 21일 천안시 동남구 ㅊ공원과 인근 공사장에서 발생한 ㄱ양 등 폭행사건과 관련해 ㅇ양 등 9명을 입건하고 2명의 신원을 쫓고 있다고 1일 밝혔다.
ㅇ양(중2) 등 11명은 지난 21일 오후 3시30분께부터 오후 6시 사이 ㅊ공원과 인근 공사장에서 ㄱ양(중1)과 ㄴ양(초5) 등 2명을 집단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ㄱ양 등이 ㅇ양을 안 좋게 얘기한다’며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내용을 보면, ㅇ양 등은 21일 ㄱ양에게 연락해 “만나서 대화하자”고 한 뒤 이날 오후 3시께 신부동 버스터미널에서 만나 인근 ㅊ공원,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에서 다리를 걷어차고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ㄱ양과 ㄴ양은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천안 동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폭행 당시 현장에는 청소년 30~40여명이 있었으며, 동영상을 분석하고 목격자 진술을 받아 ㅇ양 등 11명이 직접 폭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청소년들이 많이 모였던 것은 사건 전에 ‘공원에서 따지(‘싸운다’는 뜻인 10대 은어) 붙는다’고 알려졌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또래 청소년들이 몰려들어 괴성을 지르고 동영상을 촬영해 피해자들이 큰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자 가운데 9명은 신원을 특정했으나 ㅇ양 외에 8명은 모두 법적으로 촉법소년이어서 부모·학교와 상의해 조사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날 오후 3시께부터 6시께까지 112에 여러 차례 신고됐으나 출동한 파출소 경찰이 가해자들이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폭행당했냐’고 물은 뒤 ‘넘어졌다’는 대답을 듣고 철수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에는 이날 오후 3시8분께 ㅊ공원에서 두 차례, 4시50분께 공사장에서 두 차례, 6시1분께 공사장 인근 편의점에서 한차례 등 모두 5차례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첫 신고는 ‘어린아이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내용이었는데 관할 신안파출소가 출동했으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주의하라고 하고 철수했다. 이때는 피해자인 ㄱ양 등이 도착하기 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 공사장에서 신고가 들어와 관할 문성파출소가 출동했는데 피해자가 ‘넘어졌다. 빵 축제에 가야 한다’라며 현장을 떠났다. 마지막 신고가 들어온 편의점은 신안파출소 관할이다. 근무자가 청소년 관련 신고가 잇따르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피해자를 달래 폭행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ㅊ공원은 경찰의 거점근무지다. 가해자들은 경찰을 피해 공사장으로 이동했다고 하는데 공원과 공사장의 관할 파출소가 다르다 보니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오해를 받는 것 같다”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어린 학생들이어서 각별히 주의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가해자 2명의 인적도 밝히는 탐문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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