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한태선(55) 천안시장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나라 안팎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4·15 국회의원 총선거는 정책·인물이 사라진 사상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 특히 총선과 함께 전국 58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는 코로나19가 엎치고, 4·15 총선이 덮쳐 ‘역대급 깜깜이 선거’로 진행되고 있다. 일부 지역을 빼곤 방송 토론 기회조차 얻지 못하면서 인물도, 정책도 모두 묻히고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권 밖이지만 전국 8곳에선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구본영 전 시장이 낙마한 충남 천안시장 선거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한태선(55·전 청와대 행정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상돈(70·전 국회의원) 미래통합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데, 두 후보 캠프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선거운동 제약에 고군분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전투표율 46%를 나란히 넘긴 전남 함평군수와 전북 진안군수 선거는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함평에선 이상익(63) 민주당, 김성호(63) 민생당, 정철희(71) 무소속 후보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진안에선 전춘성(59)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연대를 이룬 이충국(65) 후보가 접전 중이다.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전 후보는 조건부 설치, 이 후보는 백지화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회의원을 지낸 미래통합당의 박상돈(70) 천안시장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부산 중구청장 선거는 김시형(51) 민주당, 최진봉(65) 통합당, 권혁란(69) 무소속 후보 3각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재수에 나선 최 후보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무소속으로 말을 갈아탄 권 후보의 득표율이 최종 변수로 부상 중이다. 경북 상주시장을 놓고서는 조원희(51) 민주당, 강영석(54) 통합당, 한백수(51) 무소속 후보가 3파전을 벌인다. 강원 횡성군수와 고성군수 선거는 지방의원 출신 후보와 전직 군수, 공무원 출신 후보 등이 경쟁한다. 기초·광역의원 선거도 진행 중이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 부산 남구, 대구 동구 등 17곳에선 광역의원, 서울 동대문·강북·도봉·서대문 등 33곳에선 기초의원을 뽑는다.
후보들의 마음은 다급하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저조하다. 지난 10일 사전투표가 치러진 일부 투표소에서는 ‘왜 투표용지가 3장이냐’고 묻는 유권자도 있었을 정도다. 청주10 선거구에서 충북도의원 재보선에 나선 임동현(53) 민주당 후보는 “정치 신인인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지 못해 그야말로 ‘유권자 찾아 삼만리’ 행보를 했고, 총선에 가려 정책 등을 알리는 데도 힘들었다”고 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정치학)는 “총선, 대선 등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은 대개 묻히게 마련이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인물 됨됨이를 꼼꼼히 살피는 게 깜깜이 선거를 막는 길”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구대선 박임근 김기성 김광수 최예린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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