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서울유족회는 3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법 제정을 환영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여순사건 서울유족회 제공.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여순사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하루 만에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사 기간을 늘리고, 조사 주체도 국가 주도로 해야 한다는 요구다.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던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30일 성명을 내어 “뒤틀린 민족사를 바로잡을 특별법 제정을 환영한다”며 “73년의 아픔을 견딘 유족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게 됐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된 조항을 볼 때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애초 발의안에서 조사의 기간과 주체 등을 고친 법령으로는 제대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정운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7~8월 시행령 내용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어 법률의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며 “진상규명·명예회복위원회(진상규명위)의 직제와 인원, 인선 기준, 수행 직무뿐 아니라 신고 기간과 조사 방법 등을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연구소의 이영일 이사장은 “진상규명을 하려면 전문적인 조사관을 선발해 접수사건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하지만 원안과 달리 진상규명위에서 조사기구(사무처나 조사국)를 없앴고, 조사업무를 실무위원회로 넘겨 혼란과 부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어 10월쯤 세월호참사조사위, 제주4·3진상규명위, 5·18진상규명위 등의 근거 법령과 실제 운영을 비교한 뒤 유가족·전문가 토론회를 여는 등 법률개정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최미희 여순사건 특벌법 제정 국민연대 간사도 “조사시간이 3년에서 2년으로 줄었고, 조사 주체도 국가 주도의 진상규명위가 아니라 전남도의 실무위원회로 넘겨져 국방부·검찰청·경찰청 등에서 자료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순사건 유족회에서도 특별법의 수정 조항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용현(68) 서울유족회 대외협력위원장은 “특별법의 의료·생활 지원금은 생색만 내고 실질은 없는 허울이다. 해당자가 거의 없는 후유장애자·수형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유족을 제외한다니 말이 되는가. 통한의 세월을 보낸 유족을 위해 평화재단 설립·지원, 지원금 지급 범위 등 조항은 손질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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