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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농어촌이라고 농업직이 보건소장 맡다니

등록 2021-10-04 04:59수정 2021-10-04 07:18

농어촌 보건소장 4명 중 3명은 의사 아닌 공무원
법령 어긋난 인사적체 해소용 행정직 발령 수두룩
“지역의사제 도입, 단체장 의지, 보수·처우 개선을”
전남 완도군보건소가 지난 4월 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한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완도군청 제공
전남 완도군보건소가 지난 4월 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한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완도군청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공공의료와 방역대응 강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농어촌 지방자치단체들은 의사 면허가 있는 보건소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시·군·구 보건소 258곳 중 의사가 보건소장인 곳은 113곳(43.8%)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145곳(56.2%)은 의사 출신이 아닌 공무원이 보건소장을 맡고 있었다. 특히 의사 출신 보건소장은 수도권과 도시 지역에 몰렸고, 의료자원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은 일반직 공무원이 맡는 경향이 뚜렷했다.

전남·북, 충남·북, 경남·북, 강원, 제주 등 8개 도의 경우, 의사 아닌 보건소장 비율이 76.3%(135곳 중 103곳)에 이르렀다. 특히 충북은 14명 전원, 전남은 22명 중 19명(86.3%), 제주는 6명 중 5명(83.3%), 충남은 16명 중 13명(81.2%)이 일반 공무원 보건소장이었다. 우경수 충북도 보건정책과장은 “전문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하는 데 의사 출신이 필요하지만 농촌 근무와 상시 근무 등 여건이 열악하고 따로 보수를 책정해 맞춰주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반면 서울(25명), 광주·대전(각 5명), 세종(1명)은 보건소장 모두가 의사였다.

보건소장은 시·군·구에서 주민의 건강·영양 증진과 감염병 예방·관리, 취약계층의 건강 유지 등을 총괄한다. 통상 4급(서기관) 직위로 100명 안팎의 조직을 이끈다.

지역보건법 시행령에서는 의사 면허를 가진 이를 보건소장에 임용하도록 하되, 의사 임용이 어려우면 최근 5년 동안 보건 관련 업무를 수행한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등 7개 직렬에서 뽑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어촌 지자체들은 “의사 구하기가 어렵다”며 보건소장 자리를 인사 적체의 해소 방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전남 진도군은 지난 1월 인사에서 내년 정년을 앞둔 농업직 고참 사무관을 보건소장으로 발령 냈다. 행정안전부가 감사를 통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조직장악 능력과 내부협조 경험 등 장점을 들며 버티고 있다. 전문성은 보건·간호직렬인 과장들이 발휘하면 된다는 태도다.

전남 해남군은 지난 9월 의사를 뽑기 위해 보건소장 임용공고를 냈다. 연봉 6241만~9291만원을 제시하고 임기는 2년이지만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으나 지원자는 없었다. 군은 다음달 한차례 더 공고를 내고 내부에서 임용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2021년 9월 말 현재
2021년 9월 말 현재

충북 제천시는 2017년 의사 보건소장 임용에 나섰지만 공무원노조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노조는 보건소장이 환자 진료보다 행정업무에 종사하며, 공무원 내부승진 기회를 박탈할 우려 등을 들어 반대했다. 시는 당시 의료기관과 시민대표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다섯차례 열어 공감대 형성에 나섰지만 의사 임용은 끝내 무산됐다.

경남에선 보건소 20곳 중 마산·창원·진해·진주·밀양시와 함안·산청군 7곳에서 의사 보건소장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50대 중반이 가장 젊고, 60대 후반 신임 보건소장이 있을 정도로 고령화돼 있다. 한 보건소장은 “지역의대 정원 대부분이 수도권 학생으로 채워지다 보니 의사의 수도권 쏠림이 심각하다. 보건소장의 보수는 일반 병원의 절반 이하고, 코로나19 이후 격무에 따른 스트레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머지않아 시 지역도 의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지역의사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두 전남도 건강증진과장은 “지역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공공의대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사스 이후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닥치고 있는 만큼 보건의료 정책 손질뿐만 아니라 주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단체장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도농 간 공공의료 여건 차이가 크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의·정 협의체를 통해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제안하는 등 큰 틀에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철 예방의학 전문의는 “공공부문 의사와 민간부문 의사 사이의 장벽이 높아 왔다 갔다 하기 쉽지 않다”며 “청년 의사 때부터 공공부문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짧은) 2년 임기, (민간 부문의) 절반 수준인 보수, (공무원 사회) 내부의 배척하는 문화 등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오윤주 최상원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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