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욕될 것이어서 이름 대신 그라고만 쓴다. 그가, 마침내 죽었다.”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심영의(63) 박사는 전두환씨가 사망했다는 뉴스속보가 뜬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짧은 글을 올렸다. “사과는 무슨, 이라고 오히려 기자들에게 호통을 치는, 그의 오랜 입이던 홍보비서관. 남편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했던 그의 아내.”
심 박사는 “사람들은 그가 용서를 구하지 않고 죽은 것에 대해 분노하지만, 그 분노는 정당한 것이지만, <회고록>을 읽어보면 그들은 확신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심 박사는 1980년 5월23일 옛 광주교도소 인근에서 붙잡혀 교도소 안으로 끌려갔다가 헬기로 군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108일 동안 고초를 겪다가 기소유예로 풀려난 5·18 시민군이었다. 이후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 논문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로 살아왔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문화와 융합> 제42권 12호에 ‘역사적 진실과 자기기만 사이의 글쓰기―전두환 회고록의 경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심 박사는 “한국현대사, 특히 1980년 광주 일원에서 발행했던 5·18과 관련해 전두환만큼 상징적인 인물이 없다. 모든 사건은 그로부터 시작하고 그에게서 마침내 종결된다. 그래서 그의 자전적 글인 회고록에서 진실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심 박사가 회고록을 통해 분석한 전씨는 “법의 심판마저 수용하지 않는 확신범”이다. 그 근거로 전씨가 “‘내란’으로 판정되었던 ‘광주사태’는 어느 날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규정되더니 어느 순간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되었다. 역사는 수정되었고… 급기야 신화의 지위를 차지하고 말았다”(1권, 378~379쪽)고 한 부분을 들었다. 그는 전씨가 스스로를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1980년 봄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나는) 역사가 사용한 하나의 도구였을지도 모른다”(1권, 20쪽)고 적은 게 그런 맥락에서란 지적이다.
심 박사는 “전두환과 그 일당에게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고, 용서·화해하자는 언설만 난무할 뿐 범죄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지게 한 적이 없는 게 문제”라며 “회고록을 보면 스스로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반성을 안 하는데, 우리는 지금도 그에게 ‘양심도 없냐?’고 묻는다. (이런 자를 향한 사과 요구는) 순진하고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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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전두환이란게시: 한겨레 2021년 11월 23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