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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청교육대 이어 최장 40개월 구금…피해자들 첫 위헌심판 신청

등록 2023-07-31 06:00수정 2023-07-31 08:05

[삼청교육, 그 후 43년 ①] 7578명 불법구금 사회보호법 부칙5조1항 위헌법률심판 제청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모습. 이렇게 4~6주 교육 뒤 3개월 이상 근로봉사(강제노역)에 동원되고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에 따라 1~5년간의 별도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이들이 7578명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모습. 이렇게 4~6주 교육 뒤 3개월 이상 근로봉사(강제노역)에 동원되고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에 따라 1~5년간의 별도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이들이 7578명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광주는 폭도, 삼청은 깡패.”

1980년 5월 광주항쟁을 진압한 신군부는 8월부터 ‘불량배 소탕’을 명분으로 사람들을 잡아와 군부대에 보내기 시작했다. 광주는 폭도로 몰아붙였고 삼청에는 깡패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계엄사령부의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1980년 8월1일부터 12월29일까지 6만755명이 끌려가 이 중 3만9742명이 순화교육의 고통을 당했다. 43년이 지났으나 반격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변화 움직임과 피해자들 목소리를 소개한다. 편집자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서 순화교육과 근로봉사에 이어 보호감호 처분까지 받은 피해자 18명이 지난 21일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 조문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1980년 12월18일 사회보호법 제정과 함께 삼청교육대에서 순화교육(3만9742명)과 근로봉사(1만16명)를 한 이들 중 7578명에게 별도의 보호감호 처분을 첫 적용했던 이 법에 대해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법인 동화 조영선 변호사 등 대리인들은 신청서에서 “보호감호의 근거가 된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이 위헌결정난 바는 없고, 신청인들은 모두 보호감호 처분에 기해 적게는 8개월에서 많게는 40개월 불법구금되었다”며 “부칙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나 결론이 실질적으로 달라지게 될 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하여 헌법적 해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은 당시 헌법 뿐만 아니라 현행 헌법에 의하더라도 이중처벌 및 소급효 금지 원칙,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을 침해한 위헌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신청인들은 7월6일 국가배상소송 소장도 제출한 상태로, 부칙 제5조1항의 위헌 여부가 국가배상소송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초유의 인권대학살로 평가되는 삼청교육은 전국적으로 약 4만여명을 군부대에 수용하여 순화교육, 근로봉사를 실시하고 계엄포고 해제 후에는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에 따라 군부대 및 보호감호소에서 보호감호 처분을 받게 한 사건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대규모로 침해한 사건이다.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은 “이 법 시행 당시 1980년 8월4일 선포된 계엄포고 제13호에 의거하여 특정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자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위원회는 제5조2항에 정한 기간의 범위 안에서 기간을 정하여 결정으로 보호감호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해 삼청교육대 등에 수용된 자들에 대해서만 법원의 재판 없이 사회보호위원회의 처분만으로 구금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980년 1~5년간의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7578명 중 7478명이 법무부 산하 감호소 건물이 신축되기 전까지 군시설에서 순화교육 및 노역을 했고, 청송 제1보호감호소가 신축 개청된 1981년12월2일부터는 2416명이 청송제1보호소로 이감되었다.

삼청교육 실시의 법적 근거가 되었던 계엄포고 제13호에 대해서는 2018년 12월 대법원이 무효 결정을 내렸지만, 삼청교육생들에게 보호감호처분을 받게 한 근거가 됐던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이 무효나 위헌 결정을 받은 적은 없다.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는 법률 제정 당시부터 이중처벌 등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았고 위헌 논란 끝에 2005년 8월4일 폐지되었다.

실제로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은 삼청교육 피해자들 중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던 이들의 재심이나 국가배상소송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재심과 국가배상소송을 시작한 삼청교육 피해자 안중근(67)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린의 이석 변호사는 지난 13일 재심에서 국가를 대리한 육군 검찰단으로부터 “청구인의 보호감호소 수용이 이 사건 계엄포고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구 사회보호법에 대한 위헌·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청구인에 대한 사회보호법 적용의 점은 유효하게 성립하는 것”이라는 1차 서면 답변서를 받았다. 민사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를 대리하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도 이와 유사한 답변서를 26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청교육 피해자들의 재심이나 국가배상 소송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이 나면서 조금씩 늘고 있다. 1기 진실화해위에서(2005~2010년)는 불과 20건의 삼청교육 사건이 접수돼 이중 17명이 진실규명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에는 총 758건이 신청돼 올해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310명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올해 7월 낸 진실규명 보고서에서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제1항에 의해 이루어진 보호감호 역시 그 자체로 위법한 처분이었다”며 “사회보호법은 입안과정부터 삼청교육 피해자들도 그 적용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고 충분한 검토 없이 삼청교육생에 대한 계속적 구금이라는 의도를 가지고 졸속으로 추진된 입법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 역시 지난 6월1일 삼청교육과 근로봉사에 이어 보호감호처분 2년6개월에 처해진 임아무개씨가 지난 2020년 3억원을 보상하라며 낸 국가배상소송 1심에서 9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피고(국가)쪽이 근거로 제시한 사회보호법 부칙 제5조1항과 관련해 “계엄포고가 위헌·무효임이 명백하다고 보는 이상 이 사건 계엄포고에 의거하여 내려진 보호감호처분 역시 당연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삼청교육피해자법이 제정됐지만 삼청교육으로 인해 사망·행방불명되거나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 상이를 입은 자만 피해자로 규정하는 한계가 명백해 강제입소자 전체로 피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 법에 따라 설립된 국무총리실 산하 삼청보상위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총 421여억원의 보상금을 집행한 바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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