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20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위 참가자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정부가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달 30일 광주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판결문을 송달받은 후 항소장 제출기간 만료일에 항소했다. 이 소송의 피고는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자인 법무부장관이며 광주고검의 지휘를 받아 광주경찰청과 국방부가 소송수행자로 참여했다.
정부의 항소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주지법이 책정한 위자료를 항소심 재판부에서 다시 따져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5·18 유공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되 다른 5·18 관련 보상 사례와 비교해 과다하게 위자료가 산정됐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정부가 5·18유공자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원고 나아무개(60)씨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까지 3년간 1심 소송에 매달린 끝에 간신히 이겼다”며 “원고들은 승소에 의의를 두고 항소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정부가 오히려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나씨는 이어 “또다시 재판에서 피해를 재론하고 입증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고 덧붙였다.
지역 법조계에서도 정부의 항소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18을 비롯한 국가폭력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때마다 정부가 기계적으로 항소하고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다.
원고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송기석 변호사는 “지난 5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 이후 8월 대법원에서 비슷한 사건으로 승소한 사례가 있어 이번 소송의 항소심 결과도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5·18보상법에 따라 피해를 인정받은 원고들의 처지와 세금으로 치르는 소송 비용을 고려한다면 항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5·18 당시 보안사에 끌려가 강제구금, 고문 등을 당했던 나씨 등 원고 5명은 2018년 국가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5·18보상법에 따라 1990년 보상금을 받았지만 정신적 피해 배상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육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으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간주한 5·18보상법(16조)에 따라 이를 기각했다. 원고들은 헌재에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했고 헌재는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전일호)는 지난달 12일 원고들에게 청구액의 41~58%인 4천만~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대법원도 지난 8월 또다른 5·18유공자 이아무개씨의 정신적 피해 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법무부 대변실은 “관련 부서에 문의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