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던 5·18민중항쟁기념 전야제가 3년 만에 열렸다. ‘민주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전야제 무대가 있는 옛 전남도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광주/공동취재사진
‘오월 택시’가 다시 달린다.
국가보훈처가 17일 공개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계획’을 보면, 올해 기념식의 대표적 순서로는 ‘오월의 택시, 진실을 향해 달린다’가 꼽힌다. 행사는 영화 <택시운전사>에도 등장하는 40여년 전 광주를 달린 초록색 택시가 전남대 정문, 옛 전남도청, 옛 적십자병원 등 5·18 사적지를 누비는 영상과 공연으로 구성된다. 운전은 배우 이지훈이, 설명은 최정기 전남대 5·18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성악 전공 대학생 2명과 교사연합합창단 30명의 ‘행복의 나라’ 합창 공연과 5·18 유공자와 유족, 일반시민, 학생 등 5명이 나와 각자 느끼고 경험한 5·18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오전 10시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이번 기념식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5·18 유공자와 유족, 정부 관계자, 학생 등 2000여명이 참석한다. 공법단체로 새로 출발한 5·18유족회와 부상자회, 공로자회 회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것도 과거 기념식과는 다른 점이다.
17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 40여년 전 운행했던 택시가 서 있다. 국가보훈처는 18일 5·18기념식에서 이 택시를 이용해 광주 항쟁의 의미를 전달할 예정이다. 광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지도 관심사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참석한 기념식(2009년·2013년)에서 ‘이념색이 짙다’는 등의 이유로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5·18 관련 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해 어떤 견해를 밝힐지도 주목된다. 기념식에는 국민의힘 의원 109명 전원이 참석한다.
민주당은 이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특위 구성’을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동안 개헌을 통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반영돼야 한다고 밝힌 점을 짚으며 “이를 위해 이른 시일 내에 현재의 정치개혁특위를 확대개편해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헌정특위)로 새롭게 구성할 것을 여당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선 ‘오월,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라는 주제로 기념식 전야제가 열렸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3년 만에 열린 이번 전야제에선 5·18 당시 광주시민들의 횃불시위 재연과 박관현 열사(1953~82)의 육성 연설이 눈길을 끌었다. 박 열사는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5월14~16일 사흘간 옛 전남도청 앞에서 ‘민족민주화 대성회’를 주도하며 민주정부 수립을 요구한 인물이다. 1982년 10월 감옥에서 50일간의 단식투쟁 끝에 세상을 떠났다.
‘손수레’도 전야제 무대에 등장했다. 1980년 5월20일 3공수여단의 광주역 앞 집단발포로 숨진 민간인의 주검 중 2구를 광주시민들이 손수레에 싣고 금남로로 나서 계엄군의 만행을 규탄한 행위를 떠올리기 위해서다.
김용희 오연서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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