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 제공
광주 극단 대표 등이 연극 초년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9일 오전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꿈을 안고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연기자들이 극단대표와 그의 배우자, 극단 대표 등 연극인 3명한테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산하(가명)씨는 2012~2013년 발생한 성폭력 피해와 관련해 이날 광주 연극계 인사 3명을 광주경찰청에 고소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은 김씨가 광주에서 처음 들어갔던 극단 대표이면서 극작가·연출가 ㄱ씨, 그 극단 소속의 작가·연출가 아내 ㄴ씨, 그리고 다른 극단 대표 겸 배우 ㄷ씨다.
대책위는 “김씨가 당시 약 5개월 동안 ㄱ씨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성폭행을 당했고, 극단을 나온 뒤 ㄱ씨 아내 ㄴ씨한테 폭언과 2차 피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ㄷ씨한테도 한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주영(가명)씨도 이날 2016년 극단 대표 ㄱ씨한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대책위 제공
대책위는 “이들은 극단 대표, 연출, 배우로 활동하면서 광주연극협회 이사 등을 맡았고, 연극 강사 등 교육일선에서 활동했다”며 “연극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피해자들에게 ‘널 키워주겠다’며 성폭력을 자행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와의 위계 차이에서 발생한 성폭력”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정황도 제시했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은 광주연극계에서 가해자들이 차지하는 위치 때문에 결국 연극을 포기했다”며 “가해자 쪽은 ‘왜 이제 고발하느냐’ 등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각 하고 광주연극협회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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