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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세상이 바뀔 줄 알고…” 여순사건 피해 신고도 차마 못 해

등록 2023-01-20 15:43수정 2023-01-20 16:07

여순사건 희생자 신고 6519명 마감
아직도 여전한 ‘반공 트라우마’
“피해자 30~40%…신고 기간 연장을”
1948년 10월 여순사건 때 진압군이 민간인을 검문하고 있는 장면.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1948년 10월 여순사건 때 진압군이 민간인을 검문하고 있는 장면.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전남 여수시 돌산읍에 사는 ㄱ(77)씨는 세상에 나오기 전 아버지를 여읜 유복녀다. 아버지는 23살 때인 1948년 10월 여순사건 때 군경에 희생됐다. 큰아버지 호적에 이름 올려 성장한 ㄱ씨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어렴풋이 들었다. 하지만 ㄱ씨는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조사관들이 찾아와 신고 접수를 권유해도 하지 않았다. 여수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언제 세상이 바뀔 줄 알고 신고하겠느냐?’고 말하는 분이 있을 정도로 반공 트라우마가 아직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20일 전남 여수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까지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에 여수·순천·광양·구례·고흥·보성 등 6개 시·군 희생자 6519명이 신고·접수했다. 이 가운데 여수 희생자는 2050명이다.

여순사건 특별법 시행 1주년을 맞는 이날 희생자 신고·접수가 마감됐지만, 신청 실적은 매우 낮다. 신고·접수된 희생자는 여순사건 추정 피해자 1만5천~2만여명의 30~40%에 그친다. 김두길 여수시 여순사건지원팀장은 “희생자 중 20대가 많아 유족이 없고, 그나마 희생자 조카들은 이름조차 몰랐던 삼촌·숙부가 여순사건 때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고도 좌익 집안으로 오해받을까 봐 신고·접수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희생자 신고·접수가 저조하자 여순사건 ‘제3자 신고’로 900건을 신청했다. 여수 희생자 2050명 중 900명(43%)이 제3자 신청 신고·접수 사례다. 여순사건 특별법엔 유족이나 가족이 아니더라도 피해 사실을 인지한 자가 진상규명 신고·접수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서희종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사무국장은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1997년부터 조사해 확보한 여순사건 희생자 5천여명의 명단과 그간 신고·접수된 신청자 명단을 비교한 뒤 중복되지 않는 미신청자 900여명을 특정해 제3자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여수시와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희생자 신고·접수 기한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희종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사무국장은 “군법회의 재판기록이 국방부 자료 등 증거가 확인될 경우 미신고 희생자에 대해선 직권 조사를 해야 한다”라며 “제주 4·3사건의 경우 신고·접수가 8차례나 진행됐던 것처럼 여순사건도 특별법이나 시행령을 개정해 신고·접수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일부 군인들이 제주4·3 진압 출동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봉기를 말한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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