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서 붙잡혀 고초를 당했다가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한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나일성씨(왼쪽)와 홍인화 5·18기록관장이 재판기록 기증식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권을 이끈 재판기록이 5·18 관련 기록물로 보존된다.
5·18기록관은 20일 “최근 5·18유공자 나일성(61)씨가 국가를 상대로 한 ‘5·18 손해배상 청구소송 기록물’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 기록물은 5·18 당시 계엄군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나씨, 이덕호(64), 고 남승우(1960년생·2019년 사망), 김용선(61), 김정란(61)씨 등 피해자 5명의 재판기록이다.
이들은 2018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보상금을 받았으면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5·18보상법 16조를 내세우며 맞섰다. 원고들은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고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2021년 6월 해당 조항은 ‘민사소송법상에 따른 화해 성립으로 명시하되 정신적 피해는 화해 성립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나씨 등은 2021년 11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정부는 위로금의 법적 성격 등을 다시 따져보자며 항소했다. 지난해 5월 광주고법이 기각하자 정부는 상고했고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기각하며 소송 제기 4년 만에 원고가 최종 승소했다.
나씨는 “2007년 육체적 피해보상과 정신적 피해보상은 구분해야 한다는 논문을 보고 수년간 준비한 끝에 재판을 준비했었다”며 “재판 과정을 광주 시민과 공유하고 학술 목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민병로 5·18연구소장은 “나씨 등의 국가 배상 청구소송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끌어내는 데 기여했고, 5·18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의 길을 열어준 소송기록물로써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나씨는 5·18 때 시민군 기동타격대로 활동하다 1980년 5월27일 새벽 옛 전남도청 후문에서 계엄군에게 붙잡혔다. 나씨는 ‘내란 부화(孵化) 수행죄’로 징역 1년6월, 단기징역 1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10월30일 형집행 면제로 석방됐다. 붙잡혀 있는 동안 가혹행위를 당해 5·18보상법의 장해등급 12등급을 받았고 고문 후유증으로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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